구미 새 미술 사조 대표작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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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0년대 후반 이후 이탈리아의 현대 미술을 주도해 온 트랜스 아방가르드 미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이탈리아 현대 미술-트랜스아방가르드」전이 4월4일부터 30일까지 호암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소위「트랜스아방가르드의 3C」로 불리는 산드로 키아(Sandro Chia)·엔조 쿠키(Enzo Cucchi)·프란체스코 클레 멘테(Francesco Clemente)와 밈모 팔라디노(Mimmo Paladino)등 대표적 작가 4명의 초기작 및 신작 46점이 선보인다.
국내에는 그 동안 키아·팔라디노 등의 소품이 일부 소개된 적은 있으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대작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랜스 아방가르드는 독일의 신 표현주의, 프랑스의 자유 구상, 미국의 뉴 페인팅과 함께 80년대 이후 구미의 새로운 미술 사조로 크게 유행되었으며 국내 미술계, 특히 젊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60∼70년대 미술계를 지배했던 미니멀 아트 및 개념 미술 등 모더니즘의 비개성적이고 물질 화된「차가운」추상 일변도에서 벗어나 회화의 구상성 회복을 주창했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은 회화의 구상성과 추상성을 함께 추구하는「절충주의」적 형식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랜스 아방가르드 파들은 이탈리아의 오랜 역사에 깃들여 있는 신화나 설화·문화 유산 등을 모티브로 새로운 형식을 찾아냈다.
트랜스 아방가르드라는 용어는 이 같은 작가들의 경향을 분석하고 이끌어 온 미술 평론 가 아킬레 올리바에 의해 70년대 말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다.
모두 40대인 이들 4명의 작가들은 각각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이고 있다.
산드로 키아(46)는 신화와 전설에서 따온 소재를 샤갈과 비슷한 신비로운 화면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엔조 쿠키(42)는 흑연과 석탄가루를 혼합한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촉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드러매틱하고 웅변적인 이미지를 내보이고 있다.
프란체스코 클레엔테(40)는 종교적 이미지와 자전적인 심리적 경험을 결합해 다층 적인 표현을 보이고 있으며 밈모 팔라디노(44)는 고대 신화와 성서의 이미지를 독특한 평면성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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