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만 실추시킨 문인들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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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인들이 청문회를 열었다. 문인 2천4백여 명의 회원을 지닌 국내 최대 문학 단체인 한국 문인 협회는 25일 오후 5시 예총 회관에서「제19대 이사장 후보자 등록 신청서의 접수를 거부한 행위에 관한 청문회」를 가졌다.
이날 청문회는 문협 부 이사장단 및 각 분과 위원회 회장단 14명이 질의 자로 전원 참석, 청문회 청구인 시인 이충이씨와 문협 사무국장 유한근씨를 상대로 후보 등록 신청을 둘러싼 시시비비를 물었다.
청구인 이씨는 지난해 12월 문협 이사장 선거 때 특정 이사장 후보(황명)를 무투표 당선시킬 의도아래 경쟁 상대 후보(조병화)의 입후보 등록 서류에 하자가 없는데도 불구, 접수를 거부한 유씨의 행위는 월권이며 불법 행위로 당사자를 인책하고 재선을 하자고 주장.
이에 대해 유씨는 접수를 받고 안 받고는 문협 선관위의 권한이고 자신은 등록 서류에 위임장이 빠져 있는 점만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날의 청문회 등록 서류의 하자 부분과 사무국장의 월권행위 부분에 집중되어 질의가 이어졌다.
조씨의 입후보 등록 서류를 조씨 스스로 작성하고 날인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서류는 이씨가 작성했고 날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답변.
사무국장으로서 서류 접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씨는 위임장 첨부 문제만 지적했을 뿐이고 당시 선관위원들이 사무실에 있어서 요식 행위만 갖추어 오면 충분히 등록할 수 있었으나 이씨가 그후 나타나지 않았다고 답변.
질의 자 외에 20여명의 문인이 참관한 가운데 2시간30분 가량 열린 문단 최초의 청문회는 고성이 오가고, 탁자를 내리치고, 도중 퇴장하는 등 국회 5공 비리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열띤 분위기. 참가한 문인들 스스로도 드러누워 침 뱉기로 문인들의 이미지만 실추시키는 행 태라는 개탄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우민 정치의 표본이 되어 버린 문협의 직접 선거와 문단 정치를 가능케 한 문협 주관의 문학상 관행, 기관지『월간문학』의 등단 제도 등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기도 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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