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패배 경제실정·부패 탓” 미국/14대 총선 각국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치솟는 물가 못잡자 등돌린 유권자 일본/집권당내 대권구도에 큰영향줄듯 영·불
민자당의 14대총선 좌절은 경제정책실패와 부패에 원인이 있으며 여당 대통령선거전략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외국언론들이 분석·전망했다. 다음은 이번 총선에 대한 외국 반응이다.<편집자주>
▷미국◁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총선의 최대관심은 정주영씨가 이끄는 국민당에 쏠려 있으며 정씨의 등장은 한국정치구조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지와 LA타임스지는 한국 총선의 선거운동은 정씨가 제기한 경제문제와 정부의 부패문제가 중심이슈가 되어 과거와 같은 독재,민주주의라는 구호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지는 정씨가 내세운 주장은 레이건 대통령의 주장과 흡사한 것으로 정부가 기업에 간섭하지 말아야한다는데 초점이 있으며 이같은 주장은 기업인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정치는 전통적으로 군·정·대기업이 한편이되어 좌익과 싸우는 것이었는데 정씨의 등장으로 집권당은 거리의 반대자가 아니라 우익으로부터 더 큰 공격을 받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이 진정으로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험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부상하게 된데는 현정부의 경제실책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강력한 지도자에 대해 저항을 했던 한국국민들이 이제는 약한 지도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A타임스지는 정씨가 이끄는 국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수 있게 되는 것은 큰 성공이며 정씨는 대통령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들은 선거운동과정에서 안기부와 군이 불법행동을 한 것을 보도하며 정부가 더러운 계략을 쓰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경제문제에대해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비롯한 통일 문제는 관심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일본◁
일본 언론들은 민자당의 패배를 경제정책의 실패와 거대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국민당 출현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1면에 5단정도의 크기로 한국총선 결과를 싣고 외신면에 해설기사를 실었다. NHK를 비롯한 방송들도 25일 아침 6시 머리기사로 한국여당패배를 알렸다.
이들 언론들은 이번 선거결과로 여당내에서 김영삼 민자당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될 것이 분명하며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또 남북대화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물가·주택 등 부동산가격상승이 여당에 결정타를 가한 것으로 봤다.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보다 풍족한 생활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물가상승은 여당에 대한 불만으로 작용,여당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당의 등장과 여당인 민자당의 경제정책실패에 어부지리를 얻어 의석을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NHK 아에바 다카텐(향정효전) 해설위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처럼 독재정치가 아닌 경제문제가 초점이 됐다. 이는 한국의 정치도 이제 선진국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권자들이 강한 대통령제하에서 국회는 야당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동경=이석구특파원>
▷영·불◁
영국의 BBC텔리비전은 24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한국총선 결과를 주요외신으로 다루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인 민자당은 이번 총선에서 「위험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특파원의 서울발 리포트에서 『민자당은 기대했던 압승을 거두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노대통령의 1년 남은 임기중 집권당내에 적지않은 어려움과 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도 24일자에서 『이번 선거는 일종의 대통령 예비선거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강력한 집권당 탄생 여부에 김영삼 대표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보도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러시아◁
러시아TV를 비롯한 러시아언론들은 24일 한국의 14대총선에 대해 대부분 논평없이 간략한 사실만을 보도했다.
「러시아라디오」는 아침 주요뉴스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번 총선거가 올해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각당의 입장과 선거전략이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