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오랜 꿈 꼭 이루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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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이승엽(27)이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승엽은 11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하는 조건을 모두 수용해 준 롯데에 입단키로 최종 결정했다. 2년 뒤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발표문 전문]

회견에서 이승엽은 이날 오전까지도 삼성 잔류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오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최종 결심을 했다. 와이프는 아직 삼성에 남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일본행 결심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승엽은 "삼성에 남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송구스럽다. 9년 전 아버지의 뜻을 뿌리치고 대학 대신 삼성을 택했다. 그때 반드시 성공해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했는데 지금의 마음이 그때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롯데를 택한 가장 큰 이유가 2년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약속한 데 있다고 밝혔다. 그때 자유의 몸이 돼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부분이 지바 롯데 입단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팬들에게 꼭 알리고 싶어했다.

이승엽은 "삼성에 남아도 일본에서 받는 만큼의 돈은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내에 남게 되면 목표의식이 없어질 것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나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 후 지금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부친(이춘광.60)과 '친아들처럼 키워준' 삼성 구단에 대해 얘기하다가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았다. 특히 과거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부친이 슬퍼했던 일, 국내에 남기를 설득하는 부친에게 언성을 높였던 일, 그리고 연로한 부모, 특히 몸이 편치 않은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심경 등을 털어놓을 때는 엉엉 울었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 입단 조건이 '계약금 1억엔, 2년간 연봉 2억엔 등 총 5억엔(약 55억원)에 별도로 성적과 관련된 인센티브'라고 밝히고 입단식을 위해 16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이승엽은 "한달 넘게 방황했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 많이 망가졌다. 이번주까지는 행사에 참가하고 다음주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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