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전문 「이화」(강남 신사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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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싸고 비싸고를 떠나 언제라도 마음놓고 찾을 수 있는 단골음식집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어쩌다 만나는 다정한 벗들과 점심 한끼 먹으려 할 때 내가 찾는 단골집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이화」(전화544-2315)라는 예쁜 이름의 일식 전문집이다.
압구정로 구현대아파트 맞은편 소망교회쪽 안에 있는 이 집은 3층 건물 중 2층에 있다. 2층에 올라 미닫이문을 밀고 들어서면 언제나 미소 띤 얼굴에 하얀 가운을 입은 두 요리사가 반색을 하며 인사를 한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4개와 6명까지 앉을 수 있는 다다미방 2개, 그리고 온돌방 2개, 어느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요리사가 서 있는 긴 테이블이 전부다.
초밥은(1인분 1만2천원) 생선이 항상 신선하고 장국 또한 일품이다. 그러나 좀 비싸니까 특별한 경우에나 먹게 되는데 내가 주로 즐기는 음식은 1인분에 8천원인 맑은 탕(지리)종류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다.
이 집은 어느 날은 대구, 어느 날은 도미, 이렇게 많아야 세 가지 정도를 준비하는데 이것은 구매를 하는 지혜인 듯 느껴진다.
그날 시장에서 싸고 싱싱한 것을 고르는 모양이다. 주문한 음식에 딸려 나오는 음식과 밑반찬도 계절감을 살려 매일 바뀌어 늘 기대를 갖게 한다.
어느 날은 호박죽, 다른 날은 계란찜 등이고 식초양념을 한 야채도 늘 신선하고 감칠맛이 있다. 며칠 전에는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가 일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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