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과속은 이제 그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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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옵빠, 과속이야! 딱지 떼기 싫으면 속도 줄이세용~."

우연히 과속 방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를 장착한 택시를 탔다가 목적지까지 한참을 웃고 간 적이 있다. 과속 위험 구간마다 연예인 현영씨의 비음 섞인 코믹 멘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몸 안에도 과속 방지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남성 성기능장애 환자들을 많이 접해온 필자는 그들의 과속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프리드먼 박사는 심장병에 잘 걸리는 성격을 A형, 그 반대를 B형으로 나눴다. 여기서 A형 성격이란 경쟁적이고 화를 잘 내고 목표에 집착하고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로, 우리나라 같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아주 흔하다. 이런 A형 성격은 위기상태에서 작동하는 교감신경이 과민해지고 심혈관 질환에 잘 걸린다. 이에 반해 B형 성격은 조급하지 않고 우월의식이 없으며 안정적이다. 열심히 일하는 A형 성격보다 여유가 있는 B형 성격이 인생에서 오히려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2003년 필자가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에서 일할 때,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연구모임에 성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30인이 모였다. 필자도 토론에 참여했는데 이 모임의 최대 화두는 단연 교감신경이었다.

교감신경이 과민해지면 발기력과 조루에 악영향을 준다. 발기가 잘되려면 적절한 이완과 부교감신경의 상승이 필요한데, 평소 이처럼 교감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발기에 필요한 이완, 즉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교감신경이 강한 만큼 사정 현상도 빨리 찾아올 수 있다.

A형 성격이면서 성기능 장애를 앓는 환자를 검사해보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한 경우가 꽤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필자는 속도를 줄이란 말을 거듭한다.

“저, 선생님… 그 운전하는 속도만 줄이면 되나요?”
“어허, 삶의 모든 속도죠. 일하는 속도, 밥 먹는 속도, 화내는 속도, 욕심 부리는 속도, 운전하는 속도, 걷는 속도, 말하는 속도까지!”

내 마음과 몸이 지나친 과속 상태라면 이완요법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ㆍ복식호흡ㆍ안마ㆍ마사지ㆍ숙면과 따뜻한 목욕 등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일을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바쁜 현대인, 언젠간 몸 안에 과속 방지 장치를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신이 과속하는 것을 내버려두면 성기능 장애가 올 뿐만 아니라 심장병 등으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현영씨의 코믹 멘트에 이어 등장한 개그맨 박명수씨의 GPS 호통 멘트가 꼭 필요하다.

“(과속하다가) 빨리 죽고 싶어?”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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