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한국화 새 진로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현대 한국화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한국화기획전이 세 곳에서 동시에 열려 주목된다.
지난 12일부터 4월18일까지 한원갤러리((588)5642)에서 열리고 있는 「근·현대 한국화의 한국적 흐름」전과 18∼27일 서울시립미술관((736)9756)에서 열리는 「문인화 정신과 현대회화」전, 그리고 20∼25일 문예진흥원미술회관((762)5231)에서 열리는 「어제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전.
이 전시회들은 40년대 이후 한국화가 어떻게 변모·발전되어왔으며 현재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보기 드문 대형 전시회다.
70년대 말까지 큰 인기를 얻었던 한국화는 80년대에 서양화 붐에 눌려 침체를 면치 못했었다. 지난날의 영광에 안주해 이렇다할 실험정신과 새로운 면모를 보이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부터 이 같은 침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화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상당수가 서구적 경향의 수용과 모방으로 나타나 한국정신의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번 전시회들은 이 같은 반성과 우려를 바탕으로 오늘의 한국화 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된 것이다.
「문인화 정신과 현대회화」전은 그 변화의 가능성을 「전통적 문인화 정신의 현대적 재창출」로 제시하고 있으며, 「어제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전은「한국정신을 바탕으로 한 왕성한 실험정신」을 내세우고 있다.
「근·현대한국화의 흐름」전은 한원갤러리가 지난해부터 개관1주년 기념전으로 기획해 펼쳐온「한국현대미술의 한국성모색전」의 제4부. 제1∼3부에서는 현대 서양화의 흐름을 시대별로 나누어 살펴보았었다.
이 전시회는 40년대 이후 최근까지 한국화의 흐름을 주도해온 화가 58명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 등 대표적 근대화가로부터 황창배·김병종 등 30∼40대 화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미술사조의단면을 보여주는 화가들의 대표작들이 1, 2부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문인화 정신과 현대회화」전은 「문인화 정신」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 전국 30여개 대학출신 20∼50대 화가 2백45명의 신작이 출품된다.
중견한국화가 홍석창씨(홍익대 박물관장)의 주도로 올해 창립된 이 전시회는 전국을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추진위원(대학교수)들이 출품작가를 선정했다.
이 전시회를 주도한 홍씨는 『문인화 정신에서 찾을 수 있는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현대적 회화성으로 확대·재창조함으로써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어제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전 역시 전국 각 대학출신의 20∼50대 화가 2백30명이 출품한다. 이 전시회는 「문인화 정신…」전과는 달리 전통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수묵화로부터 실험적 채색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화의 흐름을 보여주어 전통회화 속의 우리 정신을 찾는다. <이창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