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비빔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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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비빔밥' - 고운기(1961~ )

혼자일 때 먹을거리치고 비빔밥만한 게 없다

여러 동무들 이다지 다정히도 모였을까

함께 섞여 고추장에 적절히 버물려져

기꺼이 한 사람의 양식이 되러 간다

허기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비빔밥 한 그릇

적막한 시간의 식사여

나 또한 어느 큰 대접 속 비빔밥 재료인 줄 안다

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그대도 내가 반가운가.


허기는 외로움을, 외로움은 허기를 부르죠. 허기와 외로움이 둘도 없는 단짝임을 알게 되는 때가 되면 그대여. 운동을 시작하고 복근을 키우세요. 맷집이 강해야 외로움도 잘 버티죠. 근력이 있어야 홀로 가는 밥집도 견딜 만해진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세월의 복근. 세월도 그대처럼 혼자임을 알 때, 외로움 썩썩 비빈 고추장 매운내도 나름 화사해지죠. 나를 잡수실 시간의 맷집을 향해 고적한 스파링을 하게 되는 저녁 참에도 말이에요.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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