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관심 높였지만 「맑은 물」 아직도 멀다|「페놀 사건」 그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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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6일로 대구 페놀 오염 사고 1주년을 맞는다.
이 사고를 계기로 기업의 환경 투자가 부쩍 늘고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나 피해 보상 문제가 여전히 타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의 환경 법규 위반은 여전하다.
◇피해 보상=페놀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임산부 1백31명 등에 대한 보상 여부가 인과 관계의 입증 곤란 등 이유로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임산부 가운데는 자연 유산됐거나 손가락이 붙은 아기를 출산한 경우도 있으나 일부는 페놀 때문에 기형아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으로 인공 유산한 경우도 있어 중앙 환경 분쟁 조정 위원회의 판정이 주목되고 있다.
분쟁 조정 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발암 물질로 단정돼 보도된 페놀이 의학적으로 엄밀히 따져 아직 국제 암 협회 등이 공식 인정하는 발암물질이 아닌데다 페놀 성분을 어느 정도 흡수할 때 인체에 해로운지에 대한 이렇다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앙 환경 분쟁 조정 위원회에 계류중인 페놀 관련 사건은 모두 2백2건. 지금까지 1만3천2백79건에 대해서는 14억6천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기업의 환경 의식=페놀 사고 후 두산그룹이 부도덕한 기업군으로 매도되고 시민 단체들의 불매 운동으로 OB맥주 시장 점유율이 70%에서 55%로까지 뚝 떨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 기업들을 크게 긴장시켰다.
이같은 현상에다 환경처의 공해 단속 강화 때문인지 기업들의 환경 투자는 지난 90년 3천8백31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천9백56억원으로 56% 늘어났다.
특히 수질 오염 방지 시설 투자는 3천72억원으로 ▲대기 분야 (2천5백76억원) ▲소음 및 진동 분야 (3백7억원)를 훨씬 웃돌며 전체 투자액의 52%에 달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면적인 변화에도 불구,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기업들의 환경 의식이 아직 크게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환경처의 공해 단속 실적을 보면 페놀 사고 이후에도 매달 2백∼3백개 기업이 기준치이상의 산업 폐수를 흘려보내는 등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그전과 별 차이가 없다.
◇맑은 물 대책=정부는 맑은 물 공급 대책으로 모두 38개의 장·단기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앙특별기동단속반을 상설화 하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으며 창원공단·여천공단·논공공단 등 산업 폐수를 몰래 흘려보내거나 페놀 사고와 같은 돌발적인 환경 오염 사고가 터질 우려가 있는 위험 지역 7곳을 특별 감시하기 위해 출장소를 설치하겠다는 사항이 아직 준비 상황 미흡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또 페놀 사고당시 사고의 심각함,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연구 기관·학자에 따라 의견이 제각기 달라 대처가 늦었다는 분석에 따라 수질 오염 문제를 집중 연구할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으나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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