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 고급 인력 몰린다|승진 빠르고 창의적 업무 근무 여건 양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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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출판 편집을 희망하는 고학력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3년새 평균 임금이 2배 가까이 오르고 근무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된 덕분이다.
출판시장 개방을 앞두고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문 인력 확충이란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출판에 종사하는 여성 고학력자의 증가세는 다른 직종에 비해 성차별이 거의 없고 편집업무가 여성적 섬세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남성 고학력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현상. 출판계는 이를 최근 대졸자들이 꽉 짜인 대기업보다 성취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확실히 출판사는 대기업에 비해 안정성과 복지면에서 뒤떨어져 있지만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빠른 승진, 손쉬운 자립등 대기업이 갖지 못한 장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출판인들은 앞으로 복지제도만 확충된다면 남성 고학력자들의 출판사 유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판사의 임금 수준은 노사 분규가 한창이던 87년 이후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현재 동아출판사·계몽사·웅진 등 대형출판사들의 대졸 초임은 50만원선으로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
창작과비평사·민음사·한길사·풀빛·한울등 비교적 규모가 큰 단행본 출판사들도 대졸초임이 40만∼50만원선, 편집장은 1백만원 안팎을 받는다.
편집장들의 연령은 대개 30대 중반. 대기업 과장급과 비슷한 연령인 점을 감안할 때 한달 1백만원선의 월급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근무 여건도 무척 좋아졌다. 전자 출판이 정착돼 편집·교정작업이 간편해지고 야간근무도 거의 없어졌다.
또 배본을 전담하는 회사가 성업중일 정도로 출판업무가 세분화돼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반복작업은 크게 줄었다.
계몽사 편집부장 박정서씨(50)는『금년도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경쟁률이 2백대1을 넘어섰고 이직률이 극히 낮아 안정성 면에서도 대형출판사의 경우 대기업 못지 않다』고 밝혔다.
민음사 기획실장 이영준씨(34)는『대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편집에 재능이 있을 경우1∼2년만에 전문인이 될 수 있고, 30대 중반에 편집장, 30대 후반이면 자립이 가능해 창의력 있는 젊은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직종』이라고 남성 고학력자들의 진출을 적극 권유했다.
문예출판사 김혜숙씨(33), 풀빛출판사 권숙희씨(33), 열화당 기영내씨(29)등 세 여성편집장들은『임금수준·근무환경은 개선됐지만 복지는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고급문화를 창출한다는 자긍심으로 큰불만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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