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지주 설 땅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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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남 고성군에 논 1000평을 갖고 있는 김모(50.창원시 사림동)씨는 고성군청으로부터 '농지 처분 의무통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통지 내용은 '농지 이용 목적을 위반했으니 앞으로 1년간 직접 농사를 짓거나 그렇지 않으면 논을 팔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려고 4년 전 이 땅을 사 뒀다"며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되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림부와 각 지자체가 부재지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남 고성군은 12일 농지 소유자 중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 260명에게 처분 통지를 했다. 지난해 통지 대상이 30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8.6배나 늘어난 것이다. 경남 거제시는 180여 명에게, 지난해 적발 사례가 한 건도 없던 전북 익산과 전주시도 각각 110여 명, 81명에게 처분 통지를 했다. 이번에 적발된 농지는 대부분 바닷가를 끼고 있고 경관이 좋은 곳에 위치한 500~1000평짜리로 전원주택용이나 인근에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었다.

◆ '무늬만 농민'은 퇴출=정부는 원칙적으로 농사짓는 사람이 아닐 경우 농지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농업시장 개방과 함께 2005년 시작된 '쌀소득보전직불제'가 한몫하고 있다. 쌀소득보전직불금이란 정부가 쌀농사를 짓는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한 지원금으로 지난해의 경우 ㏊당 115만여원이 지급됐다.

농림부 김선영 소득정책과장은 "전체 농지의 50% 이상이 지주가 아닌 임차농에 의해 경작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실제 경작자들에게 이 직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재지주 단속 강화에는 논밭 투기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실제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농지 처분 통지 건수도 늘고 있다. 2002년 2144건이었던 농지 처분 통지 건수는 2005년 461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논값↓.기업농↑=농지법이 개정된 1996년 1월 이후 구입한 농지의 경우 반드시 땅 주인이 경작을 해야 한다.

상속받았거나 8년 이상 농사를 짓다가 도시로 이주한 경우엔 1㏊까지 소유할 수 있다. 직접 농사짓기가 어려운 부재지주가 농지를 보유하려면 한국농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길 수 있다. 농지은행은 이 농지를 젊은 전업농에게 싸게 임대해 주고 있다.

농지 처분 통지 기간(1년)이 지나면 처분 명령을 받는데 그 뒤 6개월 내 팔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이르는 이행 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김상진.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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