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을 주민과 의원선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9일 새벽의 화재로 무허가 비닐하우스가 모두 타버린 서울 서초동 속칭 「꽃마을」.
3평 남짓의 보금자리마저 잃은 주민 1천여명은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그릇 하나라도 더 챙기기에 바빴다.
오후 3시쯤 인근 동작을지구에서 출마한 박모 후보가 이곳을 찾아와 주민들을 위로하며 금일봉의 성의를 보였고 서초을지구의 김모 후보등도 이곳을 다녀갔다.
이들은 한결같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습니다. 어려운 가운데도 열심히 사는 여러분에게 행운이 있을 겁니다』라며 위로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후보들의 방문은 체면치레밖에는 안돼요 지역구민의 발이 되겠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위해 무얼 해준게 있습니까.』
『습한 지역이라 바닥엔 벌레가 들끓고 장례때는 옆집 칸막이조차 헐고 관을 들어내는 우리 심정을 이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마을 자치회장 한인선씨(63)는 『우리는 서초구에 번지수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지역후보에게 표하나 못찍는데 한표가 시급한 이들에게 우리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적극 나서겠습니까』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사유지인 이곳에서 화훼용비닐하우스를 쪼개 누울자리를 마련한 것은 86년부터.
그동안 여러번의 선거를 겪었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이제는 지역구 후보들에게 기대조차 걸지않는 표정이었다.
『이들을 진정 돕는 길은 생보대상자가 되거나 임대아파트를 얻을수 있도록 번지수라도 부여되도록 노력하는 것이지요.』
이근 서초교회신도로 주민들을 물심양면으로 보살펴온 이정환씨(56)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쉽다고 했다.<남상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