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표 흡수” 신당 승부수(14대총선 변수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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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만만찮은 세… 의석수는 미지수/“새 정치” 기치 내걸었지만 새 인물 없는게 흠
민자·민주 양당구도에 신당들이 「새정치 구현」이란 기치아래 도전해 이번 총선의 또다른 변수로 기능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신당들은 양당구도 타파외에 김영삼·김대중 양김구도 청산등을 외치며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층을 파고들고 있어 이들이 폭넓은 지지를 얻을 경우 총선결과가 의외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 총선때와는 달리 이번 신당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그런대로 구체적이고 짜임새있는 정책을 내세우며 총선전에 임하고 있어 기존의 민자·민주 양당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12대총선인 지난 2·12총선때도 구야권인사들이 정치해금과 동시에 만들었던 신당 신한민주당이 총 1백84개 의석(92개 지역구·1지역구에 2명씩 뽑았음) 가운데 50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급부상함으로써 「신당돌풍」을 일으켰고 13대총선인 4·26선거때는 김대중씨의 평민당과 김영삼씨의 민주당,김종필씨의 신민주공화당 등 3김의 신당이 원내 과반수를 장악하는 야대의 새로운 헌정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이들이 사실상 야당주류로서 당의 지도자들이 3김씨들이었고 상대적으로 기존조직을 갖고있어 조직력이 여타 군소정당보다 뛰어났으며 당시 민주화를 갈망했던 국민들의 기대에 편승한 결과로 현재의 국민당등 신당과는 출발부터 전혀 성격을 달리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외의 신당들은 한겨레당이 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득표율이 저조해 총선후 자동소멸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의 전례속에 현재 정식정당으로 출범한 신당으로는 통일국민당·신정치개혁당·민중당·공명민주당 등 4개이고 당을 만들겠다고 선관위에 「창당준비위구성」을 신고한 당으로는 대한민주당·도덕민주당·기독성민당·자유민주당·하느님당·제1제산당 등 6개.
이들 신당가운데 「제3의 세력」으로 급부상한 신당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국민당으로 정씨 자신의 지명도와 「재력」 및 전국 각지에 퍼진 현대라는 「조직력」의 힘을 빌려 만만찮은 신생정당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코미디언 이주일씨 출국소동을 정치쟁점화 시키는등 신당으로서는 기존정치권 뺨치는 정치력(?)을 발휘,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당이 내건 최소한의 목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이고 잘만하면 서울 7석,강원 5석,경남 7석 등 35석을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당은 특히 양당구도에 신물이 난 계층이 상당수 있다고 보고 중산지식인층 흡수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박찬종 의원의 신정당도 13석획득을 목표로 「새정치」「무공해정당」의 기치로 민자당을 「권력의 노예」로,민주당을 「지역감정의 노예」로,국민당을 「돈의 노예」로 몰아붙이며 양당구도 및 재벌당청산을 구호로 내걸고 총선에 나서고 있다.
민중당 역시 노동자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진보정치를 부르짖으며 특히 전국유효표의 3%이상을 얻을 경우 얻게 되는 전국구 1석할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당들은 자신들의 바람대로 이번 총선에서 「신당돌풍」을 일으키기에는 스스로 뛰어넘어야할 제약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국민당은 「재벌당」「현대당」이라는 비판적 시각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장본인으로 지목돼온 정주영씨가 이제 시류를 타고 정경유착배제 운운하며 창당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첫번째의 제약요건이다.
또 깨끗한 정치,새로운 정치를 외치면서도 국민당이 내세운 공천자 면면을 보면 민자·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기성정치인들을 막강한 재력을 앞세워 「이삭줍기식」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새바람을 기대하기에는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당이 빠른 시간안에 전국조직을 만들어내고 여야의 공천탈락자,구여·구야인사를 흡수함으로써 민자·민주당이 내심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국민당출현에 대해 여당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2등낙선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깎아내리고 민주당의 김대중 공동대표도 『국민당은 인물영입이나 전략면에서 실패했다』『결국 기존의 양당구도로 갈 것』이라고 선거를 양당구도로 몰아갈 작정이다.
하지만 국민당이 연일 신문광고등을 통해 제시하는 정책광고가 상당히 어필하고 있다는게 국민당 자체분석이고 또 세 김씨의 대권재탕놀음에 피곤해 하는 유권자들과 경제위기를 실감하는 중산층들에게는 상당히 호소력을 가질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신정당에 대한 평가 역시 자신들이 내거는 「새정치」에 걸맞는 인물영입에 결국 실패해 신당돌풍의 주역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중당도 아직 진보를 기피하는 국민성향과 그동안의 국내외 여건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기다려봐야할 형편이다.
신당들의 등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신당 자체의 자구적 긍정론이 어우러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들 신당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특히 민자당은 일부 지역에서 국민당기세에 고전하고 있어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형편이다.
13대 신민주공화당의 의외의 선전에 대해 김종필 현 민자당 최고위원은 『대전·충남지역에의 집약적 투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들 신당들이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투자하는 집약적 전략으로 나선다면 과거 신당바람을 재현할 수 있고 실제로 신당들은 그러한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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