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2구/50년만에 고국 안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3·1절 맞아 「36년사연」서 주관/방치된 원혼 30만도 돌아와야
3·1절을 맞아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됐다 숨진 2명의 원혼이 50년만에 일본인스님의 손에 안겨 고국으로 돌아온다.
강제징용자에 대한 연구활동을 벌여온 서울 서초동 「일제 36년사 연구소」(소장 서남현 스님·40)는 일본 북해도에서 강제노역으로 혹사당하다 숨진 2명의 유골을 28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3·1절에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한다.
이번에 안장되는 박해복씨(당시 28세·충북 음성군 음성면 용산리)와 임상봉씨(당시 34세·경기도 파주군 광탄면 용미리) 등 2명은 국내에 연고자가 전혀 없는 실정.
이들은 30년부터 북해도 주국내댐 공사현장에서 중노동으로 혹사당하다 42년 병사한 징용자들이다.
이들의 유골을 갖고오는 사람은 서스님과 함께 10여년간 「조선인 강제연행실태」를 연구해온 일본인 도노히라 요시히코 스님(전평선언·47·북해도 심천시 일승사).
도노히라스님은 76년 당시 일본에 머물고있던 서스님과 함께 북해도 우룡강지역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박해복씨등의 위패를 발견,이들이 강제징용됐던 한국인임을 확인했고 주국내댐 근처 사찰이나 공동묘지에 마구 방치돼 있는 유골들을 찾아냈다.
『연고조차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골들이 일본열도의 각 징용현장 주변 사원이나 납골당·계곡에 방치돼 있는 처참한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원혼의 연고를 찾아줘 고향땅에 편안히 잠들게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서스님은 그후 징용현장을 답사하며 일제의 만행을 조사했고 88년 연구소를 설립한 뒤부터 체계적으로 징용실태를 연구해왔다.
연구소는 올해부터 단순 학술활동에서 탈피,일본열도에 방치된 30여만명의 유골을 국내안장하는 사업을 국민운동차원으로 벌이기로 하고 첫 사업으로 우선 2구의 유골에 대한 안장을 추진한 것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강제징용등 일제만행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갖고 연구·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비해 국내의 관심도는 부끄러울 만큰 저조합니다.』 서스님은 『다음 번의 유골은 많은 국내인에게 둘러싸여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