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혜택 줄여라, 포인트 적립 너무 많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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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 7월부터 신용카드 주유 할인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카드사의 과당 경쟁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주유 할인 축소를 '창구지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카드사마다 ℓ당 100~120원씩 깎아 주거나 포인트로 적립해 주던 것이 하반기부터는 ℓ당 80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나서서 특정 카드의 특정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줄어드는 서비스=BC카드의 주유 할인 카드인 '대한민국 카드'는 이르면 7월부터 ℓ당 120원에서 80원으로 주유 적립금을 낮출 방침이다. 우선 신규 회원부터 축소된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기존 고객은 유효 기간이 끝나는 대로 할인 혜택을 줄일 계획이다. 예컨대 올 8월로 유효기간이 끝난다면 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7월 이후 한 달 동안만 ℓ당 120원씩 적립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카드사들도 주유 적립을 축소키로 하고 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신용카드로 지하철.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100원씩 깎아 주는 교통할인 혜택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하나은행의 마이웨이 카드는 금감원의 경고를 받고 지난달 발급을 중단했다.

마이웨이 카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던 다른 은행들도 출시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신한카드는 최근 아침시간대에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아침愛(애)카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서비스인 아침 출근시간 대중교통 할인 혜택은 뺐다. 당초 계획엔 있었지만 금감원의 방침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진 철회한 것이다. 이달 초 교통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를 내놓으려던 우리은행은 카드 출시 계획을 한 달 뒤로 연기했다.

◆"과당 경쟁방지" 대 "소비자 주권"=금감원의 논리는 이렇다. 과도한 할인 혜택을 줬다간 그만큼의 비용을 카드회사가 떠안게 돼 경영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카드사 간 과당경쟁 조짐이 있는 만큼 자칫 방치했다간 제2의 카드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당.출혈 경쟁의 피해는 결국 고객이 떠안게 된다"며 "(최근의 할인 혜택 축소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주유 할인의 경우 할인액을 카드사가 60~90%까지 부담하는 식이라 100원을 할인해 주면 주유소가 카드사에 지급하는 카드결제 수수료를 제하고도 건당 40~70원씩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건전성을 이유로 카드 서비스 하나하나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는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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