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中 전문가 6자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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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지난 3~10일 국제 동아시아 안보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미국.일본을 비롯해 세미나에 참석한 22개국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는 동아시아의 핵심 이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곧 재개될 2차 6자회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잘츠부르크 세미나는 1947년 시작된 국제문제 포럼으로 매년 15차례에 걸쳐 정치.경제.언론.사회.문화 등 지구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주관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본사 고문인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의 사회로 현안인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李고문=6자회담에 거는 기대가 대단히 높다. 회담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프리처드 전 대사=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6자회담이란 다자 간 회담은 북핵 같은 중요한 이슈를 놓고 협상하기에 적절한 형식이 아니다. 6개국 참석자들과 수십명의 통역까지 동원된 어수선한 장소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겠는가. 북한도 "과연 여기서 협상이 되겠느냐"는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다자 간 협상보다 양자회담을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6자회담과 함께 미.북 회담을 병행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카기 교수=일본 국민은 납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일본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어떠한 공헌도 할 수 없다. 그러나 6자회담에 참가하는 일본 대표단이 북핵 문제에만 매달리는 듯해 일본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프리처드 전 대사의 말처럼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양자회담의 가능성이 있다면 일-북한도 따로 만나 납북자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王소장=6자회담의 핵심 이슈는 북핵 문제다. 회담의 초점을 북핵에 집중해야지 여러 이슈를 동시에 다뤄선 곤란하다. 앞으로 2차, 3차 회담에서도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중간단계의 예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성공이다.

李고문=한국 문제를 논의하면서 한국이 배제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6자회담을 만든 것 자체는 아주 잘 했다고 본다. 중국이 회담 호스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프리처드 전 대사=최근 미.북 관계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부시 정부가 대북 안전보장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게 되면 북한은 회담을 깰 공산이 있다.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은 북한의 핵 폐기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다. 미국은 구체적인 로드맵(단계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다.

李고문=6자회담 참가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회담을 내년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질질 끌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프리처드 전 대사=시간을 무작정 끄는 게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를 2개가 아니라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王소장=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중국도 회담을 몇달씩 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뭔가 해결책이 수개월 내 나오지 않으면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관계는 위험수위에 달할 것이다. 북한도 회담을 끄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보면 관련국들이 모두 몇달 안에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李고문=6자회담은 핵문제 못지않게 한반도의 큰 그림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50여년간 한반도 분단상황, 남북관계, 통일문제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을 향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문제 등을 다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핵위기가 불거졌다고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제쳐놓고 핵문제만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

王소장=6자 회담과 별도로 미국이 평양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을 만나 돌파구를 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신뢰가 없다. 북한의 입장에선 사실 미국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좀더 확실한 보장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카터 특사 같은 계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정리=유권하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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