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생보사' 올해 나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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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조5000억원 규모인 사상 최대의 민간 사회공헌기금이 등장한다.

남궁훈 생명보험협회장은 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교보생명 등 22개 생보사가 20년 동안 1조5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궁 회장은 "적어도 올해 안에 공익재단을 출범시키는 게 목표"라며 "만약 20년 내 목표액이 조성되지 않으면 업계와 협의해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익기금 출연 규모가 결정됨에 따라 생보사 상장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돼 연말께 '상장 1호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공익기금은 회사 규모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기부금의 손비 인정 한도(세전이익의 5%)의 최소 5%(세전이익의 0.25%)에서 최대 30%(세전이익의 1.5%)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상대적으로 상장 이익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생명은 매년 세전이익의 1.5%, 교보생명은 세전이익의 0.75~1.5%를 공익기금으로 내기로 했다. 나머지 생보사의 경우 상장 전에는 세전이익의 0.25%, 상장 이후에는 0.5%를 각각 공익기금으로 출연한다.

공익기금은 ▶보험료를 낼 능력조차 없는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이 적은 보험료를 내고 중대 질병.사망 등에 대해 최소한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마이크로 인슈어런스'▶생명보험의 보장 기능에 사회공헌 기능을 강화한 기부보험, 출산장려보험, 극빈자 지원 건강보험 등 공익성 보험 개발▶생활습관.주변환경과 질병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를 하는 생명건강연구소 설립▶보험 소비자를 위한 업계 공동 상담센터 설립 등에 쓰일 계획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증권선물거래소와 생보사 상장 규정 개정을 위한 협의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장 기반이 마련되면 생보사는 상장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주간사 선정과 기업공개를 위한 이사회 의결, 상장 예비심사 청구, 공모 등 상장 절차를 밟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이후에는 상장하는 생보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이날 공익기금 출연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장과 무관한 순수한 사회공헌사업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증현 금감위원장조차 생보사 상장의 전제조건으로 사회공헌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공익기금이 생보사 상장에 부정적인 일부 여론을 돌리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여론의 추이가 생보사 상장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보험소비자연맹,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4개 시민단체는 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과거 보험 계약자들이 생보사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주주가 이들에게 보상하는 것이 상장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서둘러 생보사 상장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금감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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