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프로야구 개막] 최고의 흥행카드, 류현진-김광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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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프로야구는 여러 라이벌들의 대두로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최고 흥행 카드는 단연 류현진(20·한화)·김광현(19·SK)의 신세대 특급 좌완 경쟁이다. 벌써부터 온라인은 둘의 예상 성적을 뽑아내고 비교하는 각팀 팬들의 설전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류현진은 설명이 필요없는 '괴물 투수.' 지난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왕-MVP를 동시 석권했다. '슈퍼 루키' 김광현의 기대치도 이에 못지않다. 2006 쿠바 청소년 세계선수권 MVP 출신으로 류현진의 대항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간스포츠(IS)는 시즌 개막에 맞춰 2007 프로야구 흥행을 책임질 두 영건들을 집중분석했다.

▲커브 전쟁

둘의 피칭 스타일은 비슷하다. 고교시절부터 가장 자신 있는 변화구로 나란히 커브를 던졌다.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커브는 고전적인 변화구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데에 가장 큰 무기다. 특히 올 시즌부터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서 큰 위력을 떨칠 전망이다.

왼손 투수의 커브는 오른손 타자에게 멀게 느껴지며, 왼손 타자에게는 자신의 등쪽으로 날아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둘 모두 큰 키(나란히 187㎝)를 이용해 던지는 타점 높은 커브는 프로야구에서 명품으로 꼽힐 만큼 낙폭이 상당하다.

다만 스피드의 차이는 있다. 김광현의 커브는 시속 106㎞~119㎞ 사이에서 형성되는 반면 류현진의 커브는 120㎞를 넘긴다. 일단 류현진의 커브는 지난해 투수 3관왕 달성으로 검증된 상태. 그러나 김광현의 커브도 무시못할 위용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스피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각각 올 시즌 새롭게 장착한 구질들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고, 병살 플레이로 유도하기 위해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새로 익혔다.

130㎞ 언저리에서 들어오는 슬라이더는 그의 또 다른 구종인 서클 체인지업(130㎞대 초반)과 스피드가 비슷해 타자들을 현혹시킨다. 낙폭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중간. 이번 시범경기에서 슬라이더를 테스트한 류현진은 "마음 먹은 대로 잘 들어가고 있다"고 제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포크볼을 지도받았다. 정통 포크볼이라기보다는 투심에 가까운 스플리터(반포크볼)로 일종의 체인지업으로 보면 된다. 김광현의 포크볼은 123㎞에서 최고 128㎞를 오간다. 자신의 슬라이더(최고 127㎞)와 비슷한 스피드로 타자들을 유혹하기 안성맞춤. 류현진이나 김광현이나 서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3개씩 갖춘 셈이다.

▲결론은 직구 스피드

시범경기 성적은 일단 김광현이 앞섰다. 김광현이 3경기(2선발)에 등판해 11⅓이닝 동안 2실점(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한 반면 류현진은 2경기 선발로 나와 7이닝 7실점(9.00)했다.

그러나 주변의 평가는 반대다. 김광현에게 조심스러운 견해가 나오고 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좋은 투수이긴 하지만 변화구 구사율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구 스피드다.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최고 구속 147㎞의 공을 뿌렸다. 지난해 자신의 최고인 150㎞에 근접했다. 반면 김광현은 아직 14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고교 시절 최고였던 148㎞에 못미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갖고 있어도 빠른 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타자들과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김광현에 대한 김 감독의 설명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뒤집어 해석하면 김광현이 직구 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피드를 끌어 올릴 경우 류현진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로가 말하는 라이벌

김상진 SK 코치는 김광현에 대해 "학습능력이 뛰어나 프로 무대에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도 "내가 가르친 신인 중 가장 뛰어난 투수"라고 극찬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워 곧바로 실전에 써먹은 '괴물' 류현진과 비슷한 학습능력을 갖췄다고 풀이된다.

그렇다면 서로는 어떻게 평가할까.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던지는 것을 봤는데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뛸 때보다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좋은 투수인 만큼 잘 해내리라고 믿는다"면서도 "맞대결을 벌인다면 분명 내가 이길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김광현 역시 "현진이 형은 공을 참 쉽게 던지는 게 인상적이다. 주변에서 현진이 형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내가 '제2의 류현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김광현'이라는 소리가 다음 시즌에 나올 수 있도록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양보없는 각오를 밝혔다.
 
일단 류현진은 팀의 1선발로, 김광현은 3선발로 뛰지만 시즌 중 선발 맞대결 가능성은 높다. 과연 최후의웃는 자는 누굴까, 두 좌완의 시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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