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설” 헌금경쟁 부채질/공천 뒷거래(정치와 돈:8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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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급할때 목돈보다 꾸준히 댄 「보약」이 위력발휘/주간연재
민자당과 민주당이 공천을 마무리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뒷거래설이 당안팎에서 무성하다.
여야 모두 공천기준으로 도덕성·참신성 등을 내세웠지만 계파간 지분싸움의 뒷그늘에는 「돈」도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흔적들이 상당부분 드러나고 있어 후유증도 적지않을 조짐이다.
민자당은 민정·민주·공화 3계파가 한 울타리에 묶여있어 계파수장에 대한 충성도가 사실상의 공천기준이지만 금전의 영향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민주당도 13대총선당시 평민당이나 통일민주당 공천보다 비교적 덜 드러났을뿐 액수면에서는 오히려 단위는 커졌으며 신민·민주계의 줄다리기 속에서 양쪽을 모두 챙겨야하는등 헌금자의 부담도 늘났었다는 후문이다.
여야 모두 3당합당과 야권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복잡한 당내 사정때문에 줄을 제대로 잡지못하거나 자금동원력이 떨어지는 공천희망자는 대거탈락했으며 국민들의 정치불신 해소차원에서 거론된 현역의원 물갈이론조차 헌금강요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자당의 경우 3계파의 중진의원들이 공천심사위에 들어가면서 상당수가 금품공세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 심사위원은 실토했다.
이들중 일부는 끈질긴 공천희망자들의 공세를 뿌리쳤지만 일부는 받아 챙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는등 심사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공천때 「구급약」보다 평상시 「보약」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충북 모지역구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친 한 재력가는 당내외의 중진급 사돈관계인사들의 후원에다가 평소의 투자가 빛을 봤다는 것이며,충남에서 손꼽히는 건설업체(전국도급순위 38위)를 가진 오장섭씨(예산)도 풍부한 재력을 기반으로 한 지역구 다지기와 병행해 여권수뇌부에 평소 「보약」을 써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의성에서 정창화 농림수산위원장을 물리치고 뜻밖의 공천을 받은 김동권 쌍마섬유 대표도 지역기반이 상당했지만 당재정위원으로 적공을 한데다 월계수회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특히 공천이 위태로운 일부 민정계 의원들의 경우 YS와 JP측에도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고 푸념하고 있다.
여당보다 돈에 쪼들린 야당쪽이 공천을 둘러싼 뒷거래측면에서 훨씬 노골적이며 효과적이라는게 정설이다.
공천작업이 시작되면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의 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이들은 대체로 「몸으로 때우는」 케이스로 불과하며 공천헌금은 막후에서 측근들을 통해 이뤄지는게 상례다.
호남지역의 재력가 L씨는 공천 0순위였으나 결정적인 시기에 「실탄」을 아껴 13대에 이어 이번에도 탈락되는 비운을 겪었으며 Y씨도 당수뇌부의 측근을 통한 헌금의사 타진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가 고배를 마셨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당초 현역 물갈이 대상이 18∼20명으로 거론되면서 당사자는 물론 안정권에 든 의원들조차 동요,김대표를 찾아가 충성서약을 하는 등 물갈이 파급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있다.
한 중진의원과 초선의원은 조직강화특위에서 문제가 되자 두 대표측 모두에게 손을 썼다는 후문이며 영광­함평에 공천된 전국구의 김인곤 의원은 민자당을 탈당,당시 신민당 입당때부터 거액의 정치헌금설이 따라다녔다.
C·M·N씨 등의 경우 신민계 특정 조강특위위원들에게 상당규모의 자금을 제공,이에 부담을 느낀 조강특위위원 일부가 이들의 공천을 끝까지 미는 형식을 취했다고 경쟁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야당의 공천심사위원들이 엄청난 공천장사로 자신의 선거자금을 빼고도 남을 정도였던데 비해 이번 조강특위에선 차세대지도자를 노리는 일부 위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는 바람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또 민주계 C씨의 경우 팽팽한 경합이 계속되자 이대표를 찾았으나 거절당했는데 주변에서는 그 이유로 『액수가 적었다』『신민계에 주기로 내정이 돼있었다』는 등 설왕설래되기도 했다.
특히 경합지역과 현역의원 탈락폭을 둘러싼 양계파의 씨름속에 2차공천자 발표가 있기까지에는 『김대표가 이대표에게 일부 전국구의원의 당 헌금액수를 줄여주는등 막후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이대표측도 김대표측과 마찬가지로 실속을 챙겼다는 얘기다.
야당의 정치자금원이란게 워낙 빤하다 보니 「공천장사」를 비난만은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앞으로 전국구 공천을 놓고 또 한차례 「헌금공천」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과 관련된 뒷거래를 불식하지 않는한 정치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공멸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현재와 같은 하향식 공천방식을 15대부터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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