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소비 부추기는 24시간 편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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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에서 건너온「24시간편의점」이라는 간판의 판매장들이 서울등 대도시 지역에서 성업중이다. 이들은 여러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대, 점포수가 날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활이 다양해지면서 그 같은 판매망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이런 점포들이 수입품을 주로 취급해 과소비를 부추기고 밤늦은 시간에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가지 더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편의점들의 부작용이 비단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간단한 생활용품을 파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주유소·식당·슈퍼마켓 등 24시간 영업하는 업소들이 즐비하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 때문에 그런 판매망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판매망이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은 그 같은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사람들을 나태하게 하거나 무계획적인 생활습관을 만든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점이다. 야간근무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런 업소를 이용한다면 몰라도「아무 때나 가면 살수 있다」는 생각으로 드나든다면 소비자의 생활자체가 무질서해진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경우 생업 상이 유보다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 많지 않을까 판단된다. 가뜩이나 혼란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결국 이런 판매점들이 기여하는 측면보다는 해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나태해지고 무질서해진다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유럽각국의 점포들이 일정한 시간을 정해 오후5∼6시만 되면 문을 닫아 한국여행객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험을 하면서 깨달아야 하는 것이 바로 시민들의 계획적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민옥영><서울 강남구 역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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