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장사씨름|황대웅·강호동 괴물 대결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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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씨름판을 이끄는 두 명의 불가사의가 또 한번 자웅을 가린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 제거수술을 방아 의학적으로 1백%의 기능장애 증상이 나타나야 함에도 불구, 장애는커녕 지난해 두 차례나 천하강사타이틀을 따냈던「불곰」황대웅(25·삼익가구)과 팀 내에서「불가사의의 사나이」로 불리는 강호동(23·일양약품) 의 한판대결을 앞둔 씨름판의 얘기다.
평소의 강호동은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다는게 김학룡 감독의 설명.
예를 들어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 강한 훈련을 피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 집합시간에 다리를 절면서 나타나 자연스럽게 훈련에서 빠지는가 하면 대화를 나눌 때도 상대방의 답변을 예상한 교묘한 화법을 구사하기일쑤여서 「말을 잘못 걸었다간 본전도 못 찾는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한 강이지만 일단 모래판에만 올라서면 괴성을 질러대고 끊임없이 혼자 중얼거리는가 하면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저질러놓고 곧바로 후회하기 일쑤라는 것.
이런 현상에 대해 강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을 잘 아는 씨름인들 사이에서는「의학적인. 불가사의」인 황과 강이 대결하게되면『불가사리(?)끼리 또 붙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아무튼 이들에게 있어 92년 시즌을 여는 설날천하장사씨름대회(2월3∼5일·장충체육관) 는 기선을 제압한다는 뜻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어 놓칠 수 없는 한판.
지난해 시즌 초반의 연봉싸움, 시즌막판의 판정불만항의 소동 등 파란을 겪었던 강은 시즌개막을 앞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올해 연봉계약에 관해 씨름단 측과 전혀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
전권을 김감독에게 위임 하겠다는게 강의 생각이다. 오직 제주도에 차린 동계훈련캠프에서 매일새벽 7㎞의 구보와 오전·오후 각 3시간의 체력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지난해 8개 체급대회 중 7개 대회에 출전해 천하장사한차례, 백두장사를 4연패한 강은 올 시즌에는 이를 능가하기 위해 초반부터 몸가짐에 특히 조심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세차례 열린 천하장사대회 중 두차례 연거푸 정상에 올랐고 백두장사 타이틀도 한차례 차지하는 등 생애 최고의 해를 구가하면서 상금랭킹 1위에 올랐던 황대웅은 마산에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역시 연봉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권석조 감독에게 일임했다.
「의학적인 불가사의」를 정신력으로 일구어내고 있는 황대웅에게 있어 이만기가 정기를 받고 자란 마산 무학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
그런 만큼 무학산 산악훈련에는 솔선수범 해 늘 앞장서기 때문에 오히려 체력이 좋은 후배들이 따라오느라 안간힘을 써야하는 형편이다.
선수시절 힘보다 기술씨름을 구사했던 장용철 코치로부터 전수 받고있는 되치기 기술의 노하우에 이제야 비로소 눈이 떠지는 것 같다는게 황대웅의 고백.
그밖에 이번 대회에는 민속씨름 사상 최고액인 1억8천만원(계약금 1억5천만원)을 받고 조흥금고에 입단한 드래프트1순위 김정필(18)과 2순위 김태우(16·삼익가구·계약금6천2백만원·연봉 2천만원)가 첫선을 보이는데 돌풍을 일으키기엔 미흡할 것이라는 게 씨름 인들의 평가.
게다가 김정필은 31명이 겨루는 1회전에서 강광훈(삼익가구)과, 김태우는 역시 1회전에서 성동춘(삼익가구)등 강호들과 각각 맞붙게 되어있어 시작부터 고비를 넘겨야할 입장이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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