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출전 여선수/유전자 검사 뜨거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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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 생물학계등 정부에 “부당” 탄원서/남성 유전인자 유무로 판별땐 기존의 성개념 무너질 가능성
제16회 알베르빌 겨울올림픽(2월8∼23일)부터 여자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유전자 테스트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주최국인 프랑스내에서 뒤늦게 뜨거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65년과 80년 각각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수아 자콥과 장 도세박사등 프랑스 생물학계와 유전학계의 원로학자 22명은 지난달 24일 알베르빌 조직위원회가 여자선수들에게 실시할 예정인 유전자 검사를 중지시켜줄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프랑스 정부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서 이들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선수의 성을 최종 판정키로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은 「중대한 과학적 오류」라고 규정하고,이 검사는 도덕적·과학적 차원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심각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OC는 지난 68년 멕시코 올림픽때부터 여자선수들에 대해 염색체에 의한 성테스트를 실시해왔으나 일부 여자선수들의 「여성」여부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자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유전자검사를 채택,이번 알베르빌 겨울 올림픽부터 적용키로 결정한바 있다.
이 검사는 물론 바르셀로나올림픽에도 적용된다.
유전학적으로 남성(XY)과 여성(XX)은 염색체의 차이로 구분된다. 그러나 염색체의 차이만으로 성을 판별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없지 않은게 사실.
신체상으로는 완전한 여성인데 남성에게만 있는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염색체상으로는 분명 여성인데도 완전한 남자의 근육과 골격을 가진 경우도 있다.
올림픽때마다 성시비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전자 검사는 X냐,Y냐하는 염색체를 떠나 「남성다움」을 나타내는 유전인자의 유·무로 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생물학기법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 기법은 원래 유전병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그러나 이기법 역시 과학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는게 탄원서를 낸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신체능력상 남녀가 보이는 차이는 성호르몬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반드시 남성 유전인자의 작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즉 남자다운 신체능력을 보이는 여자선수에게서 남성 유전인자가 발견됐다하더라도 그 선수의 남자다움이 반드시 유전인자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윤리·도덕적 문제로 이 유전자검사가 도입될 경우 남성·여성의 정의부터 새로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에 관한 기존의 가치체계가 크게 흔들릴 위험마저 있다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다.
유전자검사는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 스페인내에서도 이미 논란이 되고 있으며 국제의학계 또한 이 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계올림픽부터 이 검사를 실시한다는 IOC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의 유전병검사나 다름없는 이 검사의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달리 더 나은 대안이 없다는게 IOC측의 설명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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