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여 지구당서만 60억원/국민당 창당비용(정치와 돈:8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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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격선거철 되면 「실탄」 수천억 추산/주간연재
지난달 26일 울산시 현대중공업 체육관은 15인조 밴드의 반주속에 3천여명의 청중들이 「정몽준」을 외치는 환호성과 열기로 가득찼다.
가칭 통일국민당 정주영 창당준비위원장의 아들 정몽준씨가 국민당의 첫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울산동지구당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순간이었다.
「현대 재벌당」이란 민주당측 등의 비아냥속에 탄생한 국민당은 28일에도 14대 총선 전략지구로 키워온 서울 종로지구당(의원장 이내흔 전 현대건설 사장) 창당대회를 성대하게 치른 것을 비롯해 ▲29일 노원을(위원장 홍성우 전 의원) ▲30일 용산(위원장 봉두완 전의원) ▲31일 부산중(위원장 김광일 의원)등 일단 50개 지구당 창당작업을 완료한뒤 2월8일 창당대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국민당은 이번 창당대회를 치르면서 누가 봐도 수긍이 갈 정도의 상당한 「물량행사」로 위세를 과시했다.
울산동 창당대회에서는 밴드와 5천명 이상의 지지자를 동원,중앙당 창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대회 본부측은 참석자 전원에게 과자·음료수가 든 2천원 상당의 선물꾸러미를 돌렸는데 이 비용만해도 1천만원은 족히 든 셈이지만 총액규모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종로 창당대회에서는 1천명 가량의 청중들이 모여 「정주영」 「이내흔」을 연호,대회 장소인 천도교 수운회관이 떠나갈 정도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대회에서 지지자들은 이위원장의 초상화가 그려진 피킷을 치켜들며 지지를 보냈는데 행사의 모든 준비와 진행은 전문용역업체인 K업가 도맡아 체계적으로 치렀다.
이 전문용역회사는 이날 『이땅에 정주영과 함께 하리라』 『종로의 이내흔,우리의 이내흔』이라는 로고송까지 만들어 분위기를 돋우었는데 음향시설과 로고송 제작비로 6백만∼7백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은 지구당 창당대회에 지구당별로 일괄해 3천만원씩 지원해주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주영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평동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창당선언후 바빠서 살맛난다』며 『창당준비금으로 지구당마다 3천만원이상씩 준일이 없다』고 말했다.
정위원장은 이어 『우리당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도 부정선거의 의심을 받는다면 즉시 출당시킬 것』이라며 『향후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공개하겠다』고 다짐했다.
따라서 이번 지구당 창당대회 비용은 오는 8일에 있을 중앙당창당대회전까지 지구당별로 3천만원×50개 지구당=15억원정도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조직책은 『정씨로부터 지구당 창당자금으로 3천만원을 받았다』면서 『지지자들은 정씨로부터 내가 거액을 받고 시침떼고 있다고 의심해 창당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조직책의 말은 정위원장의 공언과 일치한다. 하지만 국민당 정보에 밝은 한 민주계 인사는 『내가 아는 국민당의 모조직책은 2억원을 차당자금으로 받긴 했으나 자금사용은 정위원장이 파견한 요원 2명의 승인하에 이루어 지도록 하고 있다더라』고 말해 조직책의 당선가능성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는듯 보인다.
따라서 정위원장은 공언대로 2백여지구당을 창당할 경우 60억원에다가 웃돈이 더붙는 액수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신당창당의 중책을 맡은 한 중진정치인은 『야당사에서 중앙당이 지구당 창당대회 경비를 보조한 것은 국민당이 처음』이라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훨씬 더많은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여 많은 철새 정치인들이 재벌당이라는 비판을 아랑곳않고 국민당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시샘반 부러움반으로 얘기할 정도.
정위원장과 국민당 지도부는 또 이번 총선에 나설 후보들에게 수억원대부터 수십억원대에 이르기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세간의 소문을 일축하고 「법정선거 비용 제한액」만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인치고 이를 액면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관위의 법정선거 비용한도액(현재 지역구당 평균 추산액 1억원)대로만 지원해도 최소한 2백억원의 선거비용을 정위원장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이러한 제한액은 어림도 없는 액수.
줄잡아 이 비용의 10배이상이 더 들것이라는 출마희망자들의 한결같은 추산에 비추어볼때 국민당에서 쓸 선거비용이 어느정도일지는 짐작된다.
국민당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된 한 인사는 『사람이라는 생물이 움직이는데 법정제한액만 가지고 선거를 치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정위원장이 현재까지는 이 제한액외에는 일체 지원 약속이 없지만 후보 개인별 자금동원 능력에 비례해 중앙당차원의 지원이 약속되는 분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와 결별,새 정치를 보이겠다고 공언한 정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현대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도와 달라』고 요청한후 현대그룹 계열사원들에게 국민당 입당서가 돌려지는 사태를 보면 정위원장의 법정선거비용 한도액 고수는 빈말이 될 공산이 짙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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