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FTA] 제약업계 'FTA 틈새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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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국내 제약업체들의 고심이 커졌다. 우선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외국 업체들의 지적재산권이 폭넓게 인정된다. 또 복제 약의 허가 과정에 별탈 없이 쓰인 오리지널 신약의 안전.유효성 임상시험 자료를 마음대로 갖다 쓸 수 없게 됐다.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보호 기간이 사실상 2~5년 연장되고, 신약의 자료독점권이 인정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리지널 신약을 베낀 제네릭(특허권이 끝난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제품) 의약품의 출시 시기는 2~5년 늦어진다. 뿐만 아니라 이를 허가받기까지 별도의 임상시험을 해야하는 등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제약업계가 그토록 반대해 마지 않은 '특허 및 허가의 연계'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발빠른 대응 움직임은 '개량 신약'으로 제약업계 2위로 치고 올라온 한미약품에서 감지된다. 대표적 사례가 2004년 한국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를 개량한 '아모디핀'이다. 지난해 총매출 4222억원 가운데 483억원을 점했다. 신약은 일반적으로 약효를 나타내는 A라는 특허물질과 A가 물과 혈액에 잘 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B물질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B를 C라는 물질로 바꿔준 약이 개량 신약이다. 신약과 완전히 똑같은 제네릭과는 구별된다.

한미약품은 개량 신약과 제네릭 의약품을 앞세워 매출의 73%를 올릴 정도로 이 분야의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FTA 이후에도 개량 신약을 만들 틈새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의약품 분야의 구체적 체결 내용을 봐야 더 상세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 개량 신약 또는 제네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차세대 항생제 팩티브가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국내 처음 신약 허가를 받은 뒤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약품의 매출 확대 전략이 승승장구하자 개량신약.제네릭 의존 추세가 더욱 확연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LG생명과학조차 개량 신약 시장에 뛰어들 정도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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