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도난」열흘 추리만 무성/“뜬구름 잡는” 수사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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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살 조씨 금전거래 추적/분규관련 교직원 계파파악도/황양 입학권유 목사조사… 재는 “시험지 아니다”
【부천=특별취재반】 서울신학대 시험지 도난사건을 열흘째 수사중인 검찰·경찰은 자살한 조병술 경비과장과 정계택씨와의 범행공모 여부를 집중수사했으나 경비원 정씨가 조씨의 자살소식을 듣고도 뚜렷한 심경변화를 나타내지 않고 있는데다 유서·시험지 등 확실한 물증을 발견하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찰은 학내분규와 관련된 조종남 전학장의 지지·반대파 중심인물을 분류해 이들에 대한 범행관련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
◇조씨자살 수사=검·경은 숨진 조씨가 90년 9월 중동신도시아파트 32평형에 당첨되어 분양금 6천3백만원중 현재 1천9백5만원을 불입했으며 은행융자금·사채 등 1천4백만원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조씨의 금전거래와 관련된 범행가능성을 수사하는 한편 조씨의 예금구좌 추적에 나섰다.
이에 대해 조씨부인 윤명숙씨(54)는 『나머지 분양금은 사채를 얻어 충당할 예정이었다』고 밝혔으나 검·경은 액수규모가 크기 때문에 분양금 잔액을 둘러싼 배후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검·경은 또 조씨집 뒤쪽 빈터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도난당한 시험지가 아니라는 통보에 따라 조씨가 범행에 관련된 다른 유류품을 소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인 윤씨를 30일 재소환,조사키로 했다.
검·경은 이와 관련,조씨의 자살당일 부인 윤씨가 집을 나선 오후 3시부터 시신이 발견된 4시40분까지 조씨의 집에 외부방문객이 있었는지 여부를 탐문수사중이다.
검·경은 또한 도난사건당일 정씨가 자신의 직접상관이며 경비책임자인 조씨의 집이 본관에서 불과 1백여m 이내에 있었음에도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은 점에 의혹을 두고 20∼21일 조씨의 시간대별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검·경은 29일 오후 조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부검을 실시한 결과 몸에 외상이 전혀 없고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목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으며 가족들은 30일 장례식을 치렀다.
◇학내분규 관련수사=검·경은 교수 및 전직원에 대해 가족관계·학력·취업경위·승진관계·전과사실·사회활동 경력 등을 기록한 신상카드를 작성,본격적인 계파분류 작업에 나섰다.
검·경은 학교측의 자작극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1월13일 「65세 정년을 넘겨도 학장재임과 정교수직 연장이 가능하다」는 인사규정개정안이 결의된 경위와 이 개정안 제정의 주도인물들에 대한 신상파악에 나섰다.
검·경은 특히 정씨가 다니던 교회의 김모목사(47)가 황모양(18)에게 서울 신학대 입학을 권유하고 정씨·이순성 당시 교무과장에게 『황양의 입학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밝혀내고 범행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
검·경은 사건전날인 20일 오후 6시30분쯤 교내에 남아있던 학생 6명중 유일하게 행적이 나타나지 않던 김기성군(26·기독교교육)이 28일밤 경찰에 출두함에 따라 철야조사했으나 김군은 20일 오후 7시부터 21일까지 친구집에 있었던 알리바이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경비원 정씨수사=조씨의 자살소식을 전해들은 정씨는 『조과장이 다른 경비원들에게와는 달리 근무를 대신 서줄테니 식사하고 오라고 친절히 대해주는등 가깝게 지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범행관련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씨가 28일밤 경찰조사에서 『학적관리실을 통해 전산실로 들어가는 출입통로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다소 심경변화를 나타냄에 따라 경찰은 30일 정씨에 대해 21일 오전 7시10분쯤 정씨가 본관쪽에서 내려와 평소 정문경비실에 보관하는 보조키뭉치를 식당종업원 황점례씨에게 전달한 경위 등 오전 7∼8시 사이의 의문스런 행적에 대해 재심문을 벌이기로 하고 30일중 정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다시 실시키로 했다.
한편 정씨의 변호를 담당한 이양원 변호사(34)는 29일 경찰이 변호인접견을 거부하자 인천지법에 준항고 신청을 내고 『변호인 접견 거부는 경찰이 조씨의 자살사건과 정씨와의 관계를 강압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반
▲사회부=김정배 차장 김석기·최훈·이철희·홍병기·유광종기자
▲사진부=신동연·오동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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