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지지파」,서로 범행의심/시험지사건 서울신대 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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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운동권 제거 불순한 의도 반대파/학장퇴진 노린 과격행위 지지파/학장 연임싸고 파벌갈등 쌓여
서울신학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은 28일의 이 학교 경비과장 조병술씨(56) 자살사건을 계기로 검·경찰의 수사방향이 학내분규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종남 학장 연임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연임반대 서명파교수들과 연임지지 인사들은 학내분규로 인한 범행이라는데는 뜻을 같이하면서 도로 사건배후에 상대측이 관계하고 있을 것이라고 계속 엇갈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신학대는 91년 11월19일 조학장의 연임문제를 놓고 학생들이 학장실을 점거 24일간 농성을 벌였으며 이에 앞서 11월11일에는 이 학교 교수 11명이 조학장 연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줄곧 심한 학내분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다.
▲반대파=『서명에 참여한 11인 교수이외에 교내와 교단의 상당수 사람들이 조학장연임에 반대하는 분위기였어요. 이러한 분위기에서 조학장측은 나름대로 심각한 위기감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학장연임반대 교수서명운동에 참가했던 서명파교수들은 18년간에 이르는 조학장의 장기재직이 결국 교수·학생·학교 및 교단일각에 씻기 힘든 갈등의 요인을 제공했다면서 이러한 학내분규가 시험지 도난사건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명파교수측에서는 시험지 도난사건 발생직후 학교측이 이학교 김모교수(34)를 용의자로 지목한 점,학보사기자 조모군(22)을 사건과 연루시킨 점 등으로 볼때 이 사건의 배후에는 서명파교수들과 운동권 학생들을 제거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개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조병술 경비과장(56)의 돌연한 죽음에 대해 서명파의 한 교수는 황모양(18)에 대한 제보를 경찰에 알려 정계택씨(44)를 범인으로 몰아가게 하는등 수사상 혼선을 빚게한 조씨가 뚜렷한 동기없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문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서명사건이후 외형적으로는 조학장 연임 불가결정등이 내려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학장을 위한 정교수급 정년연장,명예학장 추대 등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하나도 바뀐게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올해들어 이루어진 이사회측의 상설징계위원회 설립과 조학장을 위한 위인설관형식의 새로운 인사규정등 비민주적인 요소가 그대로 남아있게 돼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내의 비정상적인 파벌 형성,인사상의 불균형 등 조학장 장기재직으로 인해 생겨난 학내의 각종 분규요소들이 이번 시험지도난사건의 원죄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때문에 발생하는 교수들간의 반목과 갈등이 가장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명파측은 조학장 연임반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교내의 갈등과정 중에서 학교측이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만큼 사건 배후에 대한 검·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파=『학교의 원만한 학사운영을 방해하고 사회혼란을 노린 세력들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위해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일 계속된 수사로 학교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조학장 지지세력인 학교측의 한 교수는 경찰의 수사가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취급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자칫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기대입시를 앞두고 공공연히 입시를 방해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학교측은 『징계문제 결론이후 당시 서명·농성에 참가했던 교수·학생들간에 위기감이 조성됐었으며 사건현장이 누군가에게 알리려는듯 어지럽혀져 있고,교내사정을 잘 아는 자의 소행이라는 것등 동기가 분명한 점』에서 이번 사건이 조학장 반대세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3일 소집된 이사회에서 조종남 학장의 연임불가가 결정됨으로써 그동안 학내분규를 둘러싼 불만이 표면적으로는 해소됐지만 파행적인 학교운영의 책임차원에서 일부 서명파교수들에 대한 징계도 포함되어있어 불씨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신성한 기독교교단에서 교수서명 및 학생농성 등 과격행위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으며 목적이 아무리 좋다고하더라도 그 방법에는 교육적인 측면을 항상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이번 사건은 학교당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는 것 같다』며 학내 일부세력이 이번 사건으로 조학장의 완전퇴임을 이루고 추후 학내주도권을 잡기위한 기회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만 이 사건은 명확히 규명될 수 있을 겁니다.』
C교수는 『식구처럼 지내왔던 조과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으며 하루빨리 그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C교수는 『그동안 학내의 반목과 갈등으로 빚어진 일들에 대해 당사자중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아프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기독교의 사랑과 화해의 정신을 되살려 과거를 묻어두고 사건이후의 학교정상화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부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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