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보고대회 「선물」의 파장/조광희 전국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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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시내 12개 구청이 28,29일 일제히 구정보고대회를 하면서 참석주민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가 「선거를 앞둔 선물공세」라는 보도가 나오자 황급히 취소된 사태를 보는 시각은 서로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른듯 하다.
「선거를 앞둔 선심성」과 「이해 될 수 있는 답례성」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맞붙어 부산시민들사이에서는 앉은 자리마다 화제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한 공무원은 중앙일보에 전화를 걸어 『구정보고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어 준비한 선물일 뿐이다. 매년 관례화돼 왔던 것인데 올해는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잘못 비쳐진 것일 뿐이다』며 답례성을 애써 강조했다.
다른 한 공무원의 경우엔 『우리구청에서는 값이 싼 선물을 준비했는데 모구청에서는 제법 비싼것을 준비했기 때문에 선물의 성격이 변질된 것』이라며 역시 기본취지가 오해를 산 케이스라고 얼부무렸다.
그러나 시민이라고 밝힌 또다른 전화는 흥분된 목소리였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그렇게 마구 써도 되는거냐. 도대체 시의회·구의회 의원들은 그런걸 감시하지 않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방자치기구에도 이를 막지못한 책임이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29일 오전 10시와 11시 부산문화회관과 동래구청에서 각각 열린 남구청과 동래구청의 구정보고대회장에서는 전혀 딴판의 광경이 벌어졌다.
『기념품을 준다고 대회장에 나오라고 해놓고 기념품은 빼고 홍보유인물 봉투만 주는건 사기 아니냐. 주민들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거냐]….』
바로 시각과 주장의 차이는 자신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는듯 했다.
물론 처음 전화를 한 공무원의 「답례성」주장이 손님접대에 인색하지 않은 우리 국민정서에 비추어 가냘프나마 한가닥 설득력을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구청과 동래구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무려 2백31명에게 표창장·감사장을 「남발」한 사실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관공서의 이와 같은 행태는 구시대의 악습임에 틀림없다.
노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방침과 관련,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번 선거를 자신의 자리문제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시민들의 우려와 감시가 있음으로 해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는」일은 피하는게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이와 함께 선물이 없음을 섭섭해하는 대회참석 일부 시민들의 태도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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