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장 얻어" "잃는 게 더 많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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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세계 최대 시장의 문을 열게 됐다"는 긍정론 속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불평등 협정"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경남 창원에서 기계부품 납품업을 하는 구형진(54)씨는 "외국 부품을 싸게 들여와 판매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농업 등 불리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면 된다"는 것이 구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협정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산업 종사자들은 큰 불만을 표시했다. 대기업에 다니다 2001년 제주도로 내려간 김종우(48)씨는 "도내 전체 농업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감귤 재배업이 큰 타격을 보게 됐다"며 "이는 관광업과 서비스업 등 제주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말했다. 남양주시에서 소를 키우는 원종구(44)씨도 "10억 넘게 빚져 가며 의욕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값싼 미국 소가 몰려오면 이를 당해낼 방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는 것이 원씨의 심정이다.

일부 중소기업과 금융계의 한숨소리도 컸다. 구미에서 계측기 회사를 운영하는 이정렬(43) 대표는 "저가로 물량 공세를 해 올 것이 뻔한 미국 기업을 당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외국계 신용정보 회사들이 전면적으로 들어오면 국내 기관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신용평가회사 직원 김형근씨)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편 조인스닷컴의 이날 조사 결과에 따르면 FTA 체결에 대해 '개방을 통한 성장으로 한국 경제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네티즌은 전체 응답자의 89%로 나타났다. 반면 '취약한 분야의 붕괴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1%였다.

권호.구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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