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스모에 다카하나다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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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에서는 스모(씨름)선수 다카하나다(귀화 전)열풍이 불고 있다. 그는 26일 동경 국기원에서 열린 스모 대회에서 19세5개월이라는 최연소 나이로 우승, 일본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지금까지의 최연소 우승기록은 다이호(대붕)가 세운 20세5개월이다.
88년 스모 계에 데뷔한 그는 일본 스모의 각종 기록을 깨며 승승장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지금까지 89년 여름경기에서 막하(2급 선수리그) 최연소(16세9개월)로 우승한 것을 비롯, ▲89년 9월 최연소 세키(관)직위쟁취 ▲90년 여름대회에서 최연소 상위리그진출 ▲90년 9월 대회에서 최연소로 가치코시(승월·리그전에서 패배보다 승수가 많은 것) ▲91년 봄 대회에서 최연소로 3상 획득 ▲91년 여름대회에서 긴보시(금성·씨름 계 최고직위인 요코즈나에 승리) ▲91년 최연소 3역 직위획득 등 신기록의 사나이가 됐다. 일본 스모는 1년에 여섯 번 대회를 열며 각 대회는 리그(왕전)전을 벌여 승자를 가리는데 다카하나다는 데뷔 후 24대회만에 우승했다. 그는 이날 수훈·감투·공로상등 3개상을 모두 휩쓸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이번 대회에도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은 연일 초만원이었다.
그의 아버지(다카노하나)도 씨름선수 출신으로 요코즈나 다음직위인 오제키 직위에까지 올랐으며 현역시절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어 스모 사상 첫 부자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다카하나다의 아저씨도 스모 선수로 과거 요코즈나를 거쳐 현재 씨름협회 이사장이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그는 『우승자에게 주는 사배를 조카에게 주게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카하나다는 어린 나이에 여드름까지 난 예쁘장한 미소년으로 돼지(?)같은 다른 씨름 선수들과 달리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를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힘이 아닌 기술씨름을 구사하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다.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그는 무용선수처럼 몸이 유연하며 허리힘이 강해 그에게 일단 잡히면 모두 나가떨어진다. 몸이 근육질로 마치 한국의 이만기가 그다지 크지 않는 몸집으로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씨름 계를 제패했던 것과 같다.
한편 우승선수는 우승컵에 술을 부어 마시는 전통이 있는데 그는 아직 미성년인 관계로 경시청으로부터 『우승 때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경고(?)때문에 술 대신 우롱 차를 부어 마시는 애교까지 벌여 화제가 됐다. 다카하나다가 우승,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는 수천 명이 몰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축하했다. 【동경=이석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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