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車·섬유 '수혜'-제약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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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사실상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업종별 영향 분석이 한창이다. 외형상 자동차와 섬유 등이 상대적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주의 대표인 반도체와 화학업종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제약 업종과 서비스업 전반에는 악영향을 예상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자동차.섬유 일단 '호재'..전자·철강 중립=외형상 자동차는 한미FTA 협상으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이다. 한국 정부가 농업부문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 부문을 미국의 요구대로 양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의 요구대로 2.5%의 미국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현대차(66,100원 600 +0.9%)와 기아차(12,700원 400 +3.3%) 입장에서는 미국 수출차량에 10%의 가격인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남경문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 기아차 등 다섯개 업체가 버티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얻어갈 효과는 미미한 편"이라며 "한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120만대인 반면 미국 시장규모는 1700만대로 14배가 넘는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차의 관세 철폐는 당연히 호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악재도 있다. 미국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미국 현지 생산 일본차의 국내 반입이 대표적인 악재다. 삼성증권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일본업체들이 희생양을 찾을 경우 국내에 수익성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대차를 공략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섬유도 관세 인하로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단순 관세 철폐만으로 약 2억달러의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무관세 혜택을 위한 국내 투자 활성화 등 섬유업종 자체로는 호재"라고 강조했다. 원산지 규정이 완화될 경우 수출 증대규모가 최대 4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 분석도 있다.

기계는 미측의 평균관세율(1.7%)이 낮아 관세 철폐 효과는 크지 않으나 원자재 및 부품의 수입가격 하락으로 생산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은 200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관세 철폐를 통한 직접적인 무역효과는 없으나 비관세장벽인 반덤핑 등 무역구제제도가 개선될 경우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반도체.전자업종은 관세율이 높은 디지털TV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선별 수혜가 예상됐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수출주력 품목은 이미 무관세여서 비관세 장벽이 오히려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제약 타격 예상..서비스 산업면 타격, 주가엔 수혜= 제약업종에 대해서는 제네릭(복제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와 연구개발(R&D) 능력이 있는 회사간에 차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상위 제약사들과 제네릭 비중이 낮은 중외제약(41,000원 1,000 +2.5%)과 대웅제약(63,500원 0 0.0%)등은 어느정도 FTA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권해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 능력이 갖춰진 상위 제약사들은 특허 무효화 전략, 개량신약(수퍼 제네릭) 개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진출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능력과 자금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들과는 달리 국내 제약사들은 그간 일정 기간이 지나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사들의 R&D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참에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

반면 지나친 우려보다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화증권은 "보험약가문제, FTA 변수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소외돼 왔던 제약주들이 한ㆍ미 FTA 타결시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를 안게 돼 결국 투자자의 관심을 재차 이끌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크린쿼터 규제 완화, 케이블TV 개방 확대 등으로 영화, 방송 등 산업적 측면에서는 피해가 우려되는데 비해 주가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해외 방송사가 대규모 투자를 무릅쓰고 국내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국내 방송프로그램 제공업체(PP)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기업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영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온미디어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늘어남에 따라 상승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CNN 등 해외 방송사의 한국 진출 역시 기존 업체와 합작할 가능성이 높아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케이블 방송사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증권도 "방송시장의 완전 개방시 디지털조선, 일간스포츠 등의 종목들에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들 기업은 개방을 제외한 여러 문제들이 있는 만큼 중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극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 CJ CGV, 미디어플렉스 등 기업들의 영업이 좀더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도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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