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코너] "교통 시스템, 차보다 사람 우선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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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도시 주요 도로엔 출퇴근 차량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이 설치돼 있다. 차가 밀리면 신호를 길게 하고, 사고가 나면 즉시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우회 도로를 표시해 준다.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ITS가 사람이 아닌 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차의 정체를 막기 위해 네거리에서 한 방향 신호를 오래 주면 사람은 신호등 앞에 한참을 서 있어야 한다. 차는 빨리 가지만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면 더욱 고역이다.

ITS 도입 전에도 우리나라 교통은 '차 중심'이었다. 대각선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한다. X자 형태의 횡단보도가 있다면 한 번이면 되는데 말이다. 게다가 횡단보도 신호는 차량 통행이 원활하도록 최대한 짧게 준다. 노인이나 어린이가 건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ITS는 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을 한층 강화한 셈이다. 차 위주의 신호체계가 부작용이 있어도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차는 그 편리성과 함께 중요성도 커진다.

하지만 차 중심 사회에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과연 차는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가이다. 차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존재다. 그런데 차를 좀 더 빨리 이용하려는 욕심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람은 중심에서 사라지고,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차보다는 사람 중심의 교통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박진수 학생기자(충북 충주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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