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협 공금 착복 의혹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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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임원들이 공금 횡령과 특례입학 알선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의 관계자 3~4명도 아이스하키 특기생의 특례입학 과정에서 학부모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고위 간부 P씨 등이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대학 특기생의 부정입학에 개입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아이스하키협회는 가짜 영수증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지원하는 장비구입비나 식비보조금 등에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기업체에서 받은 외부 협찬금을 빼돌리거나 협회 시설물을 빌려주면서 사례비를 걷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협회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비자금을) 협회 간부들이 해외 골프여행 경비 등에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 대학 특기생 선발도 조사=검찰은 P씨 등 협회 고위 임원이 2004~2005년 학부모에게서 "자식을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유명 사립대에 들어가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아이스하키팀 감독 등이 특례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협회 임원과 감독 등 대학 관계자, 학부모에 대해 계좌 추적을 벌여 이 같은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검찰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아이스하키팀 관계자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또 전 고려대 감독 최모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와 관련, 아이스하키 특기생 부모 10여 명을 불러 입학 사례금을 줬는지 조사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선수들의 식비나 훈련비를 지원하기 위해 회비 형식으로 돈을 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기생 선발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협회 임원과 대학 관계자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돈을 준 학부모들에겐 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대학에서도 체육 특기생 선발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특기생 입시 비리 혐의로 박갑철(65) 협회장이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추징금 1200만원이 확정됐고 5개 대학팀의 감독.코치와 학부모 등 20여 명이 무더기로 형사처벌됐다. 협회는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로부터 "2005년부터 2년간 협회 측이 쓴 숙식비와 직원 수당을 감사한 결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지원금 1억원을 환수당했다.

김종문.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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