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벌을 태워 죽이는 아이, 숲에 보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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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학교 운동장을 빼고는 좀처럼 흙을 밟을 수 없는 도시 아이들을 위한 환경동화다. 왕주먹 슬비, 순진한 슬기 등 네 자매는 컴퓨터 게임을 하던 중 방에 날아든 왕벌을 잡아 해부한 뒤 '화형'에 처한다. 이를 알게 된 엄마는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받아 숲 자연학교에 보낸다.

숲 자연학교는 학생들이 없어 문을 닫은 폐교를 손질한 곳이다. 아이들은 무궁화 울타리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키 큰 '봇대쌤'과 키 작은 '몽담쌤'을 만난다. 그리고 선생님을 따라 숲과 개울을 헤매며 '친구'들을 배운다. 쭉 뻗어 올라간 몸통에다가 옆으로 잔가지 몇 갈래가 나온 '큰키나무'말고도 줄기가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나뉜 '떨기나무'가 있다는 것, 소나무도 잎의 개수에 따라 이엽송.삼엽송.오엽송이 있다는 것 등을 보고 익힌다. 소나무가 주변에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잎에서 화학물질을 내뿜지만, 참나무는 그 틈새에서 자라다가 키가 커지면 넓은 잎으로 햇볕을 독차지해 소나무를 밀어내는 식으로 나무들도 영역다툼을 한다는 등 놀라운 사실을 하나둘 알게 된다.

아이들은 이틀간 내 나무찾기, 나뭇잎으로 얼굴 만들기, 나뭇잎 편지지 만들기, 천연염색 해보기, 밤하늘 별자리 찾기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해 자연과 친숙해진다.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예전과 다름없이 학교에, 학원에 바쁜 생활이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한다.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쓴 가로수 이파리를 만지며 "넌 이름이 뭐니? 숨쉬기 괴롭지?"하고 말을 걸고 담벼락 사이에 간신히 붙어있는 풀에게 "어디에서 왔니?"하고 묻는다.

책은 실제 이야기다. 책 속의 고모인 지은이가 조카들의 경험에 자연사랑과 생물 지식 등을 녹여냈다. 책 말미에, 읽고나서 아이와 함께 숲을 찾아 나들이를 떠날 때 도움이 될 숲자연학교 정보도 실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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