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먹이용 동물〃대량 사육|작년 첫 성공 시험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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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대공원에는 독수리·뱀·원숭이 등의 먹이용으로 사육되는 슬픈 운명(?)의 동물들도 있다.
대형 흰쥐종류인 「랏데」와 생쥐인 「마우스」, 딱정벌레의 애벌레인 「밀웜」 등 세종의 동물들이 그 주인공들.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이들 동물들을 사료용으로 증식시키는데 성공, 현재 시험공급중이며 올해부터 뱀 등 파충류와 독수리 등 맹금류, 원숭이 등의 먹이로 대량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후 증식으로 늘어난 랏데와 마우스의 수량은 3천여마리. 관리사업소측은 이를 계속 번식시켜 하루평균 20마리씩 연간 총7천3백여마리 정도를 먹이로 제공하고 밀웜은 연내에 5백㎏정도(7백만∼8백만마리분)를 생산해낼 계획이다.
랏데는 60년대 독일에서 몸체길이 16㎝정도의 검은색 큰 쥐를 실험용으로 쓰기 위해 개량한 품종으로 독일은 이 쥐를 실험용뿐만 아니라 동물원의 사료용으로 번식시켰다.
이후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랏데는 세계 각국의 주요동물원에서 특히 뱀종류의 사료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대공원측은 지난85년 그물무늬왕뱀·물왕도마뱀·악어 등 파충류를 들여오면서 병아리·닭등을 사료로 사용했으나 파충류의 번식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발육상태가 부진하자 90년초 안양가축위생연구소에 협조를 요청, 이 연구소가 실험용으로 사육하는 품종이 우수한 랏데와 흰생쥐인 마우스 1백여마리를 무상 분양 받아 증식을 시도, 지난해 초엔 이를 1천5백여마리로 늘렸다.
한편 애벌레 밀웜은 86년부터 사육되기 시작, 지금은 밀가루가 깔린 2백여개의 상자에서 밀가루를 먹고 자라고 있으며 관리사무소측은 애벌레를 동물먹이로 공급할 때는 대형 채를 이용, 밀가루를 걸러낸 뒤 조류와 원숭이에 주고 있다.
뱀종류는 랏데와 마우스를 한꺼번에 20∼30마리 정도 먹은 뒤 1∼2달 정도 단식하는 반면 독수리·매 등은 하루 2마리씩을 꼬박꼬박 먹고 있어 대조적.
권순호 동식물연구실장(59)은 『랏데 등을 제공하고부터 동물들의 발육상태가 매우 좋아지고 있는데다 예산절감효과까지 있어 성공적』이라며 『같은 동물이면서도 다른 동물의 먹이로 희생되는 마우스 등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올해 중 대공원 양지바른 부지에 위령패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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