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박근혜 '대리전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표 직을 놓고 맞붙었던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29일 다시 충돌했다. 두 사람은 대표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전 논란을 일으켰다. 강 대표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던진 '당직자의 캠프 줄서기' 경고가 불씨가 됐다.

강 대표는 "사무총장.부총장.정조위원장.최고위원 등 이런 분들이 어떤 대선 주자 캠프의 일원으로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며 "본인들이 만약 그런 의사가 있다면 당직을 깨끗하게 사퇴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캠프가 세 과시를 위해 멀쩡한 당직자에게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무슨 직책을 맡기기로 했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 하는 일도 있어선 안 된다"며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중립을 지키지 않는 분들은 엄격히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사례로 든 당직 가운데 '최고위원'이 포함된 게 불씨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핵심 인사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회의에 불참했던 이 최고위원은 발언을 전해 듣고 "강 대표가 당을 '박근혜 당'으로 몰고 가려 한다"고 펄쩍 뛰었다. 이어 "그런 식이라면 박 전 대표의 지원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강 대표야말로 제일 먼저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는 어떤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한 얘기인데 이 최고위원이 공연한 트집을 잡고 있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싸움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캠프 차원으로 번질 조짐이다. 박 전 대표 측 한선교 대변인은 "강 대표의 발언은 그간 부적절한 언행을 해 온 이 최고위원에 대한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지적"이라며 "이제라도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인지 당을 위해 일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 이성권 의원은 "최고위원 중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가 더 많은데 무슨 소리냐"며 "당장 강 대표도 박 전 대표를 간접적으로 돕는다는 시각이 있다"고 맞받았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