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론」 앞세운 새한당/창당 배경과 인적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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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일대비한 「평등가치」 실현 표방/현­전직의원·법조계인사들 다수/“양김구도 타파”… 자금조달등 숙제
지난해 11월 깃발론을 내세우며 태평양시대위원회를 창립한 김동길 교수가 이를 기반으로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가칭 새한당 창당을 선언키로 해 14대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난립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가칭 통일국민당에 이어 가칭 새한당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띠게되면 정치권은 원내의 민자·민주 양당외에 원외의 민중당·공명민주당까지 5,6개정당이 출전하는 셈이다.
가칭 새한당은 그 당명에서 알수 있듯 양김중심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시대조류를 타겠다는 정당이다.
태평양시대위원회의 김동길 교수,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의 박찬종 의원,유제연 전평민당부총재 등이 참여하며 23∼25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갖고 2월 중순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당발기인은 2백명 안팎으로 전직의원 20여명과 박청산 건대의대교수 등 학계 10여명,박천식 변호사 등 법조인 7∼8명.
발기인에는 또 이종남·이상민·신원식 전의원과 오재경 전문공장관,전웅·이경현 홍익대교수,김종욱 세종대교수,김 전교수와 박의원사이를 오가며 통합중개역할을 맡은 이신범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민우 전신한민주당 총재와 예춘호 전한겨레민주당 상임대표 등과도 접촉을 가졌으나 이·예씨는 모두 『나는 정치를 그만둔 사람』이라고 정치복귀에 전혀 뜻이 없음을 밝혔다.
지도체제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다양한 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되는 만큼 집단지도체제가 유력하다.
14대총선 공약 및 정강정책은 김동길씨의 「깃발론」을 근거로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 도입 ▲기업에 대한 정부간섭 배제 ▲군축과 사병복무연한 18개월로 단축 ▲예비군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통일에 대비하는 뜻에서 「평등가치」쪽에 비중을 두게될 것으로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다.
가칭 새한당은 태평양시대위원회와 정개협의 통합이나 제휴가 아닌 독자적인 정당으로 출범하게 됨에 따라 그 구성이나 운영이 순탄할지는 의문이다.
박찬종 의원측은 지난해 12월 김 전교수가 『5공과 손을 잡지 않는다』고 공개선언한 이후 관계가 급진전돼 정당조직을 갖고 총선을 치르기로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평양시대위원회측은 『김 전교수가 준비한 새한당에 박의원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일뿐 결코 정개협과 1대 1 통합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제연씨도 『새한당은 태평양시대위원회와 정개협의 연합체가 아니다』면서 박의원의 개인자격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이들 사이에는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새한당은 14대총선에 1백개 안팎의 지역에 후보를 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통령선거에도 후보자를 낸다고 장담하고 있다. 대권후보를 낼 경우 김교수와 박의원이 어떤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 전교수는 우선 총선에서 서울의 신정치1번지인 강남갑출마를 고려중.
새한당은 창당자금으로 김 전교수의 저서 「대통령이 된다면」을 출간,권당 1만원씩을 받을 경우 1백만부를 판매해 6∼7억원의 기본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창당 또는 정당활동에는 상당액의 경비가 소요되는 현실이고 보면 현실여건을 무시한 이상론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더구나 정주영씨의 창당선언과 자치단체장선거연기에 자극을 받아 급조된 느낌도 없지 않아 탄탄한 조직과 기반을 가진 정당으로 자리잡기가 어려울 전망이며 자칫 이상에 치우쳐 실전에선 뒷전으로 처질 소지도 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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