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공모주 투자, 청약 경쟁률보다 기업가치 먼저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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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제이브이엠(공모가 1만7000원).포인트아이(7300원).에이치앤티(3400원, 무상증자 조정주가).사이버패스(5200원)….

교보증권이 지난해 주식 시장에 상장시킨 기업 가운데 풋백 옵션이 행사된 기업들이다. 풋백 옵션은 청약을 통해 공모주를 배정받은 일반 투자자들이 상장 1개월 내에 주간사에 해당 주식을 공모가의 90%에 되사주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풋백 옵션이 행사됐다는 것은 쉽게 말해 주간사가 주요 임무인 적정 주가 예측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교보증권은 2005년, 2006년에 각각 11개, 8개 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덕분에 2년 연속 코스닥 최우수 기업공개(IPO) 주간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모가를 잘못 산정한 증권사가 최우수 주간사라니…. 아귀가 맞지 않지만 교보증권에서 상장 업무를 총괄하는 IB2팀 양승재(43.사진) 부장은 "지금 이 기업들의 주가를 보라"고 한다. 28일 현재 이들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를 회복한 것을 물론이고, 제이브이엠의 경우엔 3배 가까이 올랐다.

"공모주 투자로 일단 손해 보는 경우는 없다. 기본 가치, 상대 가치 등을 따져 산정한 주가에서 30% 가량 할인해 발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양 부장이 꼬집는 공모주 투자 방식이다. 기업 가치가 아니라 청약 경쟁률을 따진다. 너무 높으면 주식 배정을 조금밖에 못 받아, 너무 낮으면 공모가가 높은 거 아닌가 싶어 투자를 않는단다. 청약 경쟁률 50대 1 안팎이면 적정하다. 그러고는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당일이나 일주일 내 팔고 나온다. 이후 그 주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양 부장에 따르면 그러나 진정한 공모주 투자는 이제부터다. 공모주의 경우 기관 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는 "이때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업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단다.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려면 기업 가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설명서는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dart.fss.or.kr) 등에 가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업 설명서를 모두 읽을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맨 앞에 나오는 투자자 유의사항을 꼭 살펴라. 이 회사의 투자 리스크 요인을 짚어 준다. 물론 재무제표는 기본이다.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은 결국 주가에 반영된다."

1989년 증권사에 발을 들인 뒤 20년 가까이 IPO 관련 업무만 담당해 온 양 부장의 조언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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