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까지 침투 과소비 조장/수입상품점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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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허가 안받는 소형점 더 늘어/일부선 PX유출품 팔아 유통 혼란
최근 수입자유화,유통시장 개방을 틈타 수입상품 전문점들이 도시 달동네·지방 중소도시 등에까지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대부분의 수입품 전문점들은 수천점을 갖춘 체인 또는 잡화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소형의 경우 허가없이 언제 어디서나 차릴 수 있어 숫자가 크게 늘고 있으며 검소한 생활을 해오던 서민들에게 외제품 선호·과소비 풍조를 부추기고 국산품의 설땅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상품의 상당수가 일제생필품 또는 소비품이어서 일본제품 침투를 가속화하는데다 품질·가격표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유통질서를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체인점=「유니온 마트」 「토탈방」 「리빙키친」 등은 체인점 형태로 이미 전국에 수백개의 점포망을 구축,소비자에게 파고 들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점.
계약금·보증금 없이 2천만원내외의 소자본으로도 개점이 가능한 이들 전문점은 대형 백화점이 있는 대도시보다 지방 중소도시·농어촌 등에 집중적으로 침투,소비패턴을 바꾸어가고 있다.
89년 문을 연 D전문점의 경우 서울의 30곳을 비롯,전국에 3백여개의 판매점을 두고 주방용품·액세서리등 6천여종의 수입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유니온 마트」는 지난해 4월 문을 연뒤 서울 주택가에 40여곳의 체인점을 세우는등 8개월새 전국에 1백50여개의 판매점을 확보했다.
또 부천·안양 등에 80개의 체인점을 마련한 S전문점등 현재 8개 대형 수입업체가 서민들의 충동 구매를 부채질하고 있다.
◇잡화점=비교적 규모가 큰 체인점과는 달리 잡화점은 5평 미만의 크기로 아파트상가에서 주택가·달동네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잡화점은 당국의 허가없이 개점이 가능해 수입개방 바람을 타고 더욱 난립,서울에서만 수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달동네인 서울 봉천3동에는 2년전까지만 해도 한곳에 불과하던 수입잡화점이 최근들어 4곳으로 늘었다.
이곳에서 「퀸센스」라는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모씨(35·여)는 『달동네라고 하지만 주부들이 많이 몰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특히 일제 식기류는 제품이 달려 주문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점=당국에서는 10평 이상의 업소,식품등 1백2개의 단일품목 수입점은 관리하고 있으나 잡화점의 경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잡화점은 미군 PX·여행객을 통해 불법 유출된 외제품을 헐값에 사들여 판매·유통구조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소비자연맹 김성숙 기획실장(44)은 『수입상의 범람은 결국 국산품 시장을 잠식,우리경제를 밑바닥부터 뒤흔들게 한다』며 『품질·가격표시없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외제품에 대한 철저한 행점감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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