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대한 대책|서정돈 교수(서울대 의대 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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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월5일자 중앙일보 6면에『이렇게 암을 이겼다』라는 제목아래 세 사람의 투병기가 실려있었다.
4년 전 식도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항암제를 투여 받은 49세의 여자, 3년반 전에 자궁암으로 수술 받은 59세의 여자, 그리고 10년 전 위암으로 수술 받은 57세의 남자 등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세 사람의 투병기가 몇 가지 측면에서 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 돼 여기에서 다시 한번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암으로 진단받은 세 사람이 수술을 받거나 수술 후 항암 요법까지 받고 3년 내지 10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투병기는 어떻게 보면 전혀 신기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 대단히 신기한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뇌혈관 질환, 순환기계 질환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진단만 내려졌다 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는 암으로부터 건강을 회복했다면 물론 축하할만한 일이고 또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또 암이라 하더라도 조기에 진단돼 수술 받거나 수술 후 항암 요법을 방아 건강을 되찾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아주 새로운 소식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의 투병기가 돋보이는 것은 원칙적인 치료법에만 의지, 투병을 계속해 건강을 되찾았다는 당연한 사실이 강조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병기에 소개된 사람이 괴롭다고 해 수술·항암 요법을 외면하고 다른 치료법을 선택했다면 이와 같은 투병기의 주인공이 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치료하기 어려운 병일수록 근거 없는 치료법에 관한 소문도 많은 법이다.
21세기를 바라보는 현재도 암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은 조기진단이고, 신속한 수술이며, 항암 요법으로 보완 될 때 그 치료효과는 더 커진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치료받아 그 무서운 암으로부터 건강을 회복한 사람은 많다.
또 중요한 것은 같은 종류의 암이라 하더라도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방침·치료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명만 듣고 앞으로의 경과를 비관적으로 속단하거나 근거 없는 낙관론에 마음이 이끌려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투병기에 소개된 세분,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투병을 계속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건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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