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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막고 일자리 늘리는 '나무 심기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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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새크라멘토시가 도시 열섬효과를 줄이기 위해 펼쳤던 '나무 심기 운동'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새크라멘토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을 받아 인공위성으로 도시의 에너지밀도를 측정한 뒤 열섬효과가 극심한 지역에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는 '그늘 조성 운동'을 전개했다.

국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와 잔디밭이 있는 도시공원지역은 주변의 도심지보다 여름철 기온이 평균 2.3도나 낮아 열섬효과로 뜨겁게 달아오른 도시를 식히는 '자연 에어컨' 노릇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증거는 최근에 대구가 많이 시원해졌다는 시민들의 평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1년 동안 대구시는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통해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녹화지원센터를 두어 녹화 상담과 기술 지원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제 국토의 중심, 대전에서도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대전시는 2020년까지 총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이 우거진 품위 있는 푸른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식수(植樹)와 유관기관 식수,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 식수를 통해 총 3000만 그루를 심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전시가 앞으로 14년 동안 약 6000억원을 들여 3000만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에 비춰 푸른 대전 가꾸기 사업의 성패는 막대한 재원 마련에 달려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사업의 우선순위를 나무 심기 사업에 두고 국가의 각종 지원금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얻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최근 행정자치부는 민간기부금 300억원 모금에 제동을 걸어 모처럼 불붙은 지방의 창발적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자부의 능동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절실하다. 사실 나무 심기 사업은 농촌과 도시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나무를 식재하고 사후에 관리하는 인력은 물론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가꾸는 일도 중요한 만큼 화재 예방을 위한 산불감시 봉사단도 구성해야 한다. 이는 일감을 원하는 농민과 일자리를 원하는 도시의 노인 또는 유휴 여성 인력을 활용해 도시와 농촌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무 심기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생명과 상생의 끈이다.

이창기 대전대 교수·행정학

*본란은 16개 시.도의 60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