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둥이' 열여덟 박태환의 진화는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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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태환이 25일 경기에서 역영하고 있다. 박태환은 26일 자유형 200m에서 준결승 5위로 결승에 올라 27일 펠프스와 맞대결을 펼친다.[멜버른 AP=연합뉴스]

"체격이 좋다."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은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22.미국.사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체격만 빼면 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25일 자유형 400m에서 자신이 존경한다던 그랜트 해켓을 뛰어넘어 세계 정상에 오른 박태환은 26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승에서 "꼭 겨뤄 보고 싶다"던 펠프스와 간접 대결을 펼쳤다.

2개 조로 나눠 펼쳐진 준결승에서 1조의 펠프스는 월등한 기량으로 조 1위(1분46초75.전체 2위)를 차지했다. 2조에 나선 박태환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피터 판 덴 호겐반트(29.네덜란드)가 100m까지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역주하는 바람에 150m 지점까지 5위로 흔들렸으나 역시 마지막 50m 스퍼트로 조 3위(1분47초83.전체 5위)로 골인했다.

박태환과 펠프스는 27일 결선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박태환은 애초 400m와 1500m만 출전할 생각이었으나 펠프스와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는 의욕으로 단거리인 200m에도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박태환은 이날 '마음속의 경쟁자' 펠프스를 실제로 처음 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6관왕인 펠프스는 15세9개월에 접영 200m에서 수영 사상 최연소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16세 때인 2001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 천재다. 72년 뮌헨올림픽 7관왕 마크 스피츠(미국)를 능가하는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멜버른 대회에는 8개 종목에 출전, 은퇴한 이언 소프(호주)가 갖고 있는 단일 세계대회 최다 금메달(6개.2001년 후쿠오카) 기록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장거리(자유형 400.1500m)가 주종목이지만 훈련만 잘 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자유형 200m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펠프스와의 맞대결은 계속 이어진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의 '주 종목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1분47초12)으로 우승했고,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 중 지난해 5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박태환을 전담 지도하고 있는 박석기 코치는 "장거리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고 단거리는 스피드가 최우선인 차이가 있다"면서 "장거리가 주 종목이라도 단거리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이사는 "장거리 선수는 단거리에 비해 훈련량이 엄청나 단거리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태환이에게 개인혼영을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환이가 더 발전하려면 다른 영법도 자유자재로 구사해 근육을 고루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며 "10월 전국체전에는 개인혼영에도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파 재일본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세계적인 평영 선수인 기타지마 고스케(일본)도 국내 대회에서는 개인혼영에서 우승을 밥 먹듯 한다"고 말했다.

멜버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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