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경유' 진실과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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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경유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SK와 GS칼텍스는 지난해 고급 경유를 내놓았다. 값은 일반 경유보다 1리터당 50원 정도 비싸지만 디젤차의 소음.진동을 줄여주고, 연비 및 출력 향상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고급 경유에 대해 알아본다.

▶세탄가 높여 차별화=고급 경유와 일반 경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탄가다. 일반 경유의 세탄가가 52인데 반해 고급 경유는 58 이상이다. 세탄가가 높을수록 출력 및 연비, 성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유의 세탄가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녹킹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유럽 경유의 세탄가 기준은 51 이상이다.

▶연비.출력 향상 효과=SK(주)의 고급 경유, '솔룩스 디젤'은 일반 경유보다 세탄가를 10% 정도 높이고 청정제를 더했다. GS칼텍스의 '프라임 경유'는 세탄가 58 이상에 조연제를 첨가했다. 이들 업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출력과 연비를 높이고, 소음.진동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명확한 기준 아직 없어=석유사업법엔 고급과 보통 휘발유의 기준이 되는 옥탄가가 명시돼 있다. 반면 경유는 자동차용과 선박용의 두 가지 기준만 있다. 이 때문에 고급 경유의 '고급'은 정유사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세금도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

▶지방에선 찾기 어려워=고급 경유 판매량은 ㈜SK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000드럼, 4분기 6,000드럼, 올해 1~2월 5,700드럼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SK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천여 개 주유소 가운데 120여 곳에서만 고급경유를 취급했다. 그나마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형편이다.

▶일반 경유도 초저황 경유=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고급 경유를 따로 선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정유사에서 나오는 경유는 모두 초저황경경유에 1~2%의 바이오디젤이 섞여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디젤 승용차 수입업자들은 "국내 초저황경유의 품질은 유럽의 경유 품질 기준인 EN 590(표 참조)과 거의 비슷해서 성능을 100% 내는데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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