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수영 황제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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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우승을 차지한 18세 소년 박태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놀라운 막판 스퍼트가 그를 정상에 올려놨다. 사실 박태환이 이번 대회 우승까지 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적었다. 지난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지만 극심한 체력 소모 때문에 체중이 6㎏이나 빠졌고, 전담 코치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달 정도 운동을 쉬었기 때문이다.

올 1월 중순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스피도와 후원 계약을 한 박태환은 자신만 전담하는 '드림 팀'을 꾸려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박석기 전 경영 국가대표 감독을 전담 코치로, 장거리 전문 강용환(강원도청)을 훈련 파트너로 영입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수준의 근력과 체중(74㎏)을 회복한 박태환은 2월 멜버른 훈련부터 호주 국가대표 출신 장거리 전문 코치인 웨인 로스에게서 기록 단축의 비책을 전수받았다. 그것은 '피치(팔 스윙 수) 줄이기'였다. 아시안게임 당시 구간(50m)당 33~34회이던 피치를 30~31회로 줄였다.

박태환은 천식을 앓던 7세 때 수영이 치료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수영장을 처음 찾았고, 천부적인 유연성과 부력이 수영 코치의 눈에 띄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청중 3학년 때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로 출전했지만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해 지난해 4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월드 스타로 자리 잡았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쾌거를 디딤돌 삼아 1년4개월 남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멜버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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