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피플] '빛과 전자' 김홍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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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도전하기가 부담스러울 때 쓰는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빛과 전자'의 김홍만 사장(47)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광통신용 부품 생산업체인 빛과 전자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자본금 3억원으로 창업했다. 주위에서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기술 하나만 믿고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0년 매출 31억원이던 회사는 지난해 1백6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백10억원(당기순이익 29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빛과 전자의 매출은 90% 이상을 수출을 통해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 값지다. 2000년 45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달 정부에서 2천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했다. 이미 벤처기업의 꿈이라는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도 통과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차세대 성장산업의 첨단 제품을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한다는 데 있다. 주력제품은 초고속인터넷에 사용하는 광통신 송수신용 부품이다.

광통신은 빛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차세대 통신기술을 말한다. 빛과 전자의 송수신용 부품은 음성.영상 등의 정보를 디지털 전기신호→빛의 순서로 변환해 송신한 뒤 다시 빛→전기신호→음성.데이터의 역순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사장은 "회사 이름을 빛과 전자로 명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광통신은 빛의 굴절 원리를 이용해 기존의 동케이블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통상 광통신을 이용하면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구리선을 이용했을 때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광통신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방식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 광통신 초고속인터넷을 최초로 상용화한 일본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8% 정도가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고, 빛과 전자는 여기에 필요한 부품의 28%를 납품하고 있다.

김사장이 차세대 성장 산업에 한발 앞서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20년 가까이 광통신을 연구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해양학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이다. 198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해 광통신을 연구했다.

외환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대기업들마저 광통신 분야 사업화를 포기할 때 김사장은 당시 동료였던 박기성 전무와 함께 "우리가 해보자"며 도전했다.

1년여 동안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정부에서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고, 창투사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사세를 키워나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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