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축구 첫 세계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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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1하계유니버시아드의 메인시티인 영국 셰필드에서 1백km남짓 북서쪽에 위치한 브래드퍼드시의 황혼은 가위 장관이다.
한국-네덜란드의 유니버시아드축구결승전이 펼쳐진 브래드퍼드시는 프로축구팀이 본거지를 두고 있는등 축구열기가 대단한 곳이다.
3만관중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은 경기시작 2시간전부터 장사진을 이룰정도였다.
야간경기로 치러진 결승전은 앞선 3∼4위전에서 홈팀 영국이 승리한 탓인지 관중열기는 흡사축제무드였으며 자연스레 『코리아 파이팅』의 무드속으로 빠져들었다. 준결승에서 영국이 네덜란드에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된데 대한 일종의 보복심리가 작용한 탓이었다.
경기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열기를 더해갔다.
예선에서 격돌(0-0)한바 있는 네덜란드는 한국으로서는 벅찬 상대. 평균신장에서 7cm나 큰 장신군단인데다 특히 장신투톱 베르만(1m90cm)바워(1m85cm)가 엮어내는 고공플레이는 위협적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힘좋은 이종철(이종철) 김진형(김진형·이상한양대)을 전담 마크맨으로 내세워 미드필드부터 이들을 꽁꽁묶는「자물쇠수비」를 펼쳐야했다.
간담을 서늘케한 위기의 장면들도 서너차례. 그때마다 GK 김승안(김승안·한양대)은 육탄방어를 서슴치 않아 네필드는 물론 멀리 런던에서부터 응원온 교민 4백여명으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은 공격에서 발빠른 정재권(정재권·한양대) 김기선(김기선·숭실대)을 앞세워 줄기차게 네덜란드문전을 두드렸으나 좀처럼 득점에는 연결하지 못했다.
그동안 공격첨병을 맡아온 김종건(김종건·한양대)이 우루과이와의 준결승에서 입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전력에 차질을 빚었었다.
양팀의 팽팽한 균형은 후반 들어서도 깨질줄을 몰랐다.
종료10분을 남기고 한국의 붉은 전사들은 네덜란드가 체력저하로 주춤해진 틈을 이용, 총공세를 펼쳤으나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양팀의 공방전은 연장전까지 벌이는 혈전에도 불구,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이윽고 승부차기. 선축인 한국은 키커5명이 차례로 성공시키는 수훈을 세운 반면 네덜란드는 마지막 키커가 실축, 한국 GK가 잡아냄으로써 극적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수 있었다.
한국축구가 유니버시아드에서 첫우승축포를 쏘아올리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축구우승으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승승장구, 금5·은1·동메달 3개로 종합6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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