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밝힌 어린이 송년잔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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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슬기(3)·우진(3)·인경(2)·은혜(3)는 목청껏 동요를 불렀다.
『쌩쌩쌩­바람불면 산속에 다람쥐 어떻게 사나 춥지 않을까 배고프지 않을까 산속에 다람쥐 어떻게 사나.』
21일 오후 8시 서울창신 2동 달동네 산기슭에 자리한 「해송아기둥지」.
16평짜리 허름한 집 안방에선 송년다과회가 솜방석처럼 따뜻했다.
대부분 부근 청계시장에서 봉제일을 하거나 막노동하는 아기엄마 20여명도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아기재롱에 시간가는줄 모른다.
동요·인형극이 끝나고 앞문에서 산타클로스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와­.』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이 1년동안 착한 일을 많이해 선물을 주려고 왔어요.』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자원봉사 선생님이 어머니들이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2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돈많은 후원자도 없고 세상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를 보면 이게 우리사회를 밝게 하는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요.』
달동네 어린이들이 긍정적이고 밝은 사회관을 갖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친구 10여명과 78년부터 이 일을 시작한 성문영(37)간사는 『적은 돈이나마 매월 송금해주는 따뜻한 이웃이 있고 지친 몸으로 달동네골목을 올라와 어린이와 함께 하는 자원봉사 대학생들을 보면 희망과 보람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좀더 깊고 의미있는 환경을 만나보고 싶어 10월부터 이곳에서 일한다는 자원봉사자 정숙현양(19·성대불문1)은 작은 사랑의 실천이 얼마나 큰 보람과 힘이 될 수 있는가를 요즘 매일 느끼며 배우고 있다면서 환한 얼굴로 웃었다.<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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