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가수 뒤, '립싱크' 연주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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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무대에는 대부분 현악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이효리의 디지털 싱글 '잔소리'의 방송무대 현장.

어느 가요 프로그램 현장.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한 가수가 절정의 가창력을 뽐내며 노래하고 있다. 그 가수의 뒤로는 수십 명의 현악기 연주자들이 애절한 노래의 분위기에 맞게 진지하게 바이올린을 켜고 첼로를 켠다. 이를 방송을 통해 듣는 시청자들은 가수의 라이브와 현악연주가 어우러지는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가수의 라이브는 진짜지만 현악단의 연주는 '가짜'다. 가수로 치면 '립싱크 연주'인 셈이다.

슬픈 감성을 자극하는 현악 연주는 발라드와 잘 어울리며 늘 발라드 가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방송 여건상 이들의 연주는 TV를 통해 전해지지 못하지만, 댄스가수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댄서들처럼 현악 연주자들도 발라드 가수와 함께 보조출연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연주소리가 방송을 통해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100인조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르든 12명의 연주자가 오르든 '웅장함'의 차이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악단이 그저 연주하는 시늉만 내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가수로부터 미리 음원을 건네받아 음악을 듣고, 코드를 뽑아내 연주자들끼리 충분히 연습을 한 다음 실제 녹음된 연주음과 똑같이 연주를 한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녹음된 반주 테이프의 음악소리가 커 이들의 실제 연주소리는 묻히게 된다.

방송에 출연하는 연주자들은 리더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음대생들이다. 일종의 에이전트 형식의 일부 전문 보조출연자들은 가수 측으로부터 출연요청을 받으면, 그에 맞는 인원을 섭외에 방송에 함께 나서게 된다. 이때 섭외되는 연주자들은 대부분은 기악을 전공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다.

이들의 인건비는 대략 5 ̄7만원 선으로 5 ̄10만원 선의 댄서와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무대에 50인조를 올린다면 현악연주단 비용만으로 250만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가수의 출연료가 20 ̄3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런 비용이다.

한 가요 제작자는 "발라드 가수의 경우 댄스가수들과 달리 댄서들이 없어 무대가 텅 비어보인다"며 "비록 현악 연주단의 실제 연주가 방송을 통해 나가지는 않지만, 이들이 무대에 오르면 그만큼 시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어 노래를 듣는데 더욱 만족감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대가 화려해져서 좋지만, 매 무대마다 이들을 세우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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