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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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학대하는 온갖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10월 초순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열살짜리 아이가 비디오와 전자오락에 빠져 있다가 제 동생을 칼로 찔러 죽인 다음 그것을 숨기기 위해 불을 지르고는 거짓신고를 했다는 사건이 신문마다 크게 보도돼 여간 충격을 방은 게 아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하도 아이들을 학대하니까 드디어 아이들도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나 하고 이 자리에 글을 쓴 일도 있다. 그런데 그 뒤에 알고 보니 그아이가 그런 짓을 했다는 증거는 없고, 증인 진술도 경찰발표와는 아주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 어린 것이 그런 끔찍한 짓을 하고 다시 그것을 숨기려고 교활한 짓을 했다면 인간이란 동물은 이제 끝장이 아닌가.
우리는 어디까지나 어린이를 믿고 인간을 믿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또 기막힌 인권유린, 용서할수 없는 어린이 학대행위가 있는 것이 아닌가. 검찰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 어린이를 학대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그들을 사람답게 키우려고 가장 많은 힘을 기울이는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그사회는 앞날의 번성을 기대할수 있다.
교육자도 아이들에게 지시하고 명령만 해서는 교육이 안된다. 읽어라, 써라, 외어라고만 하는 교육은 지배하고 억압하는 교육이다. 참된 교육은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것이 있을때 이뤄진다. 교육은 주고받는 것이다.
지난 10월1일자로 나온 전교조신문에서 한 중국동포여교사가 쏜 글을 읽었는데 그 글에 「교학」이란 말이 여러번 나와 참 좋은 말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수업」이라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교학」(가르치고 배움)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말 하나도 바르게 쓰려고 하는 곳이면 교육도 제대로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말과 글에서도 어린이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오염되지 않아 깨끗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어린이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글을 안 읽는다. 안읽는 것뿐 아니다. 잘못된 글을 써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그런 글을 흉내내 쓰게 한다.
어른들은 시도 어린이가 쓴 시를 읽어서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어려운 시, 말도 안되는 시, 되지도 않는 시(그런 시만 읽으니 머리가 이상하게 되어버린다)를 읽지 말고, 아이들이 쓴 시에서 진짜 시를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
글이고, 행동이고 아이들한테서 배울 것이 없을때 아이들을 학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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