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샌드위치 맛 내는 건 빵 사이 재료 끼여있는 한국엔 기회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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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샌드위치 좋아하시지요. 김치.된장국에 밥을 꼭 드셔야 한 끼 채웠다고 생각하는 일부 아저씨(?)들을 빼곤 일주일에 한두 번쯤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는 분이 많을 거예요. 샌드위치는 정말 장점이 많은 음식이죠. 이제는 서양뿐 아니라 동양권에서도 대단한 사랑을 받게 됐어요. 사실 샌드위치라는 음식이 '샌드위치 신세'처럼 답답하고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이는 게 억울할 정도입니다.

샌드위치는 무엇보다 만들기 편하고, 먹기 편하고, 도시락으로도 편합니다. 패스트푸드의 장점을 확실히 갖춘 셈이죠. 샌드위치라는 음식 이름도 간편함을 추구한 샌드위치라는 인물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18세기 후반 영국에는 존 몬테규 샌드위치라는 백작이 살았어요. 명문가 출신으로 장관까지 지냈지만 지인들과 모여 트럼프를 하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한번은 트럼프를 하다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체면 불고하고 빵 조각 사이에 식은 고기와 야채를 대충 끼워 먹은 게 그 뒤 샌드위치로 불리게 됐답니다(샌드위치 백작을 성원하는 일부 역사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기도 합니다. 노름이 아니라 집무에 몰두하느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설?).

샌드위치의 또 다른 장점은 좀 역설적이지만 패스트푸드이면서 패스트푸드 같지 않다는 거지요. 패스트푸드의 '사촌지간'인 햄버거는 요즘 트랜스 지방이다 열량 과다다 해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 일쑤지만 샌드위치 가게는 무풍지대예요. 야채와 달걀.고기.생선.소시지나 과일잼처럼 재료를 쓰기에 따라 수백 가지 배합의 웰빙 샌드위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미국에 가면 '클럽 샌드위치'라는 게 있어요. 이건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는 딴판입니다. 재료도 비싸고 양도 많아 값도 몇만원씩 하지요.

'샌드위치 코리아' 신세를 기회로 되돌리자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 해법을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샌드위치 안에서 찾아 보세요. 빵 두 쪽(중국.일본) 사이에 낀 재료(한국) 신세라면 재료를 좋게 만들면 되잖아요. 샌드위치 빵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어요(물론 샌드위치 맛은 빵이 좌우한다는 미식가들도 적잖지만요). 샌드위치 승부는 재료에서 납니다. 몇천원짜리 샌드위치를 만들지, 몇만원짜리 샌드위치를 만들지 열쇠를 쥔 건 우리나라라는 자세로 '파이팅!'을 외쳐 봅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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