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정치자금법 주요 개정내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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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략흥정에 국민부담만 가중/13구 증설·정당연설회 「나눠먹기」 타결/국고보조 대폭 늘려 내년 4백20억선/군소정당 전국구 우선배분·선거사범 재판기간 단축 “성과”
여야가 최대 현안이었던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을 완전 타결짓고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여야단독안으로 통과시키되 야당은 표결반대처리키로 함으로써 정치관계법 처리방법에 완전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정치관계법 개정협상에서 민자당은 선거법에,민주당은 정치자금법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둔 탓으로 선거운동방법의 합리적 개선에는 등한히 했고 그대신 선거구 증설 및 정치자금의 대폭인상에만 이해를 같이했다는 비판적 지적을 면할 수 없게됐다.
▷국회의원선거법◁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선거구의 13개 증설과 정당연설회 신설. 양측은 ▲여당지지지역이 많아 상대적으로 민자당측에 유리한 선거구 증·분구안 ▲야당바람몰이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많아 민주당측이 끝까지 고집했던 정당연설회 허용을 당략적 차원에서 일괄 합의한 것이 특징이다. 선거구는 인구 35만명을 상한으로 13개가 늘어났다.<표참조>
후보지원을 위한 정당연설회는 선거구마다 1회 허용하되 2개이상 행정구역으로 구성된 복합선거구의 경우 시·군·구당 1회씩 할 수 있게 했다.
도로교통·주민의 일상생활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장소는 불가하다는 모호한 제한조건만 있을뿐 옥내외 구분을 하지 않아 학교·광장 등에서 대규모 정당집회가 가능하게 됐다.
대신 현행 선거구당 3회로 돼있는 합동연설회는 2회로 줄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합법적인 지원유세를 벌일 수 있게 됐고 민자당도 김영삼 대표를 비롯한 세 최고위원이 지역을 나눠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여 14대총선은 여야 수뇌부간에 대통령선거 전초전 양상을 띠면서 과열·혼란선거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밖에 현재 75석으로 돼있는 전국구의석은 전체의석(2백99)을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지역구 증설만큼 삭감,62석으로 줄어 양당의 전국구공천 쟁탈전은 한층 치열하게 됐다.
전국구 배분방식에 있어 여당에 2분의 1을 우선 배분하는 우대제를 없앴고 종전처럼 의석비율에 따르도록 했다.
또 5석미만을 얻은 군소정당에 대해서(한석도 얻지 못하더라도) 3%이상 유효득표하면 전국구 1석을 우선 배분키로 해 민중당같은 신생진보정당의 숨통을 터주었다.
후보자접촉확대측면에서 후보자 소형인쇄물을 현행 3종에서 4종으로 늘렸으며 호별투입을 가능케 했고,호별방문은 여전히 금지됐지만 도로·상가·역대합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의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방송이나 신문을 통한 후보자선거운동은 채택되지 않은 대신 KBS가 후보자의 경력을 후보당 1분씩 방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기부행위는 ▲관혼상제 축·조의금 ▲기존 장학재단에 의한 장학금 ▲당원단합대회에서의 다과·음료(술은 제외)만 허용하고 화환·달력·관광제공을 포함한 일체의 기부는 못하도록 했다.
금품을 받은 유권자가 이를 신고할때 처벌에서 면제하는 특례조항을 두어 매표후보자의 적발을 용이케 했고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재판기간을 1년이내에 종결토록 했다.
▷정치자금법◁
야당이 요구했던 지정기탁금제 폐지와 쿠퐁제(익명기부제) 도입은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현행 유권자 1인당 4백원꼴로 돼있는 국고보조금을 7백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정당이 참여하는 전국단위선거가 있을 때마다 3백원씩 추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총선과 대통령선거·광역자치단체장선거의 3대 정당참여선거가 있게 되는 내년엔 1천6백원(7백원+3×3백원)이 돼 유권자부담이 올해 대비 4백%나 늘어나게 되어 선거를 순전히 국민 호주머니 돈으로 치르려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은 ▲제2정당까지는 20%씩을 ▲5석이상 정당엔 5%씩을 ▲최근 실시한 총선이나 광역의회선거에서 유효득표율 각각 2%,0.5%이상 얻은 5석미만(무의석포함) 정당에 대해서는 2%씩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50%는 의석비율에 따라,최종 잔여분은 득표 비율에 따라 나누도록 했다.
유권자 2천6백50만명을 기준으로 국고보조금 총액은 올해 1백4억원에서 내년 4백20억원선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새로운 배분방식에 따르면 최근 선거에 참여한 당이 거의 없어 민자당이 2백80억원(올해 66억원),민주당이 1백40억원(올해 구평민 26억원·구민주 11억원)으로 사실상 양당이 모두 갈라먹고 민중당이 나머지 8억4천만원을 받게된다.
또 연1백억원으로 공식화된 전경련등 경제단체의 기탁금은 여당의 「배려」로 비지정 기탁돼 야당도 일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 운영상의 내막적 합의가 돼있다.
이같은 흥정으로 야당은 과거와 비교할때 상당한 여유가 생긴 셈이나 자금핍박을 이유로 그동안 관행화됐던 특별당비는 그대로 거둘 작정이어서 선거자금 국고지원의 의미가 없게 됐다.
정치적으로 정치자금법은 국민으로부터 받는 따가운 눈총에 아랑곳없이 정치권이 지나치게 자기 실리만 챙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선거법의 경우도 ▲정당연설회 허용 등에 따른 무소속후보의 기회불균형 ▲포괄적 금지규정의 존속에 따른 유권자접촉기회 제한 ▲여당선거운동에 동원되기 쉬운 통장등 말단 행정체계에 대한 규제미비가 문제점으로 남아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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